웹진228 [성프란시스 글밭] 3월 마지막 날에 글: 배영환 (16기 졸업동문) 사진: Choi-Kang (픽사베이) 봉은사에 홍매화가 피고 도림천은 벚꽃이 만개하여 오래간만에 걷는 걸음에 태양의 따뜻한 빛이 봄이 온 걸 알리는데 정작 우리는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려 그 향기에 취하지 못하고 쑥을 뜯는 저 노인의 거친 손에 향기가 사라져만 가지만 우리는 코로나에 병들어 신이 주신 이 좋은 향기에 취하지 못하며 많은 사람들이 한 주의 중간인 날인데도 주말같이 많구나 그들의 표정이 행복한지 아닌지 도저히 알 길이 없구나 한탄하며 아쉬워한들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 또한 신이 주신 시련인 것을... 2021. 4. 25. [성프란시스 글밭] 봄 봄 글: 유상욱 (16기 졸업동문) 그림: 신웅 화백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기왓장에도 아지랑이 피어나 눈길 주니 아른아른 신기루들 안녕 인사하네 정수리가 따가움을 드리우면 처마 밑 그림자 우릴 보고 손짓한다 따스하고 포근한 엄마 옆에 누웠더니 나 따라온 봄 이도 나랑 같이 스르륵 꿈속으로 스며드네 2021. 4. 25. [역전칼럼] 여름이 저무는 소리 박경장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지난 3월 초순 아직 봄꽃도 피기 전인데 라는 책을 택배로 받았다. 포장을 뜯으니 책은 리본매듭을 한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보낸 이의 정성을 느끼며 나는 조심스럽게 노끈을 풀었다. 돌돌 말린 주먹을 펴듯 책 표지 위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보랏빛 별꽃 ‘꽃마리.’* 2년 전 3월 초순, 나는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가 새벽의 별처럼 빛이 되었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찍었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신은 천벌 받을 것이오. 안 돼.” 하지만 어떤 대목이 마음에 걸렸는지 나는 그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대신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두 부부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 2021. 4. 25. 2021년 1, 2월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있었던 일 1) 16기 졸업문집 발간을 위한 글쓰기 모임 성프란시스대학은 매 기수마다 졸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1년 동안 글쓰기 수업 시간과 카페 게시판에 쓴 각자의 글들을 다듬어 졸업문집을 만드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정규강좌가 끝나고도 두 번에 걸쳐(1월 6일, 1월 13일) 16기 선생님들과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준비모임을 했습니다. 이번 졸업문집의 주제를 '마중물'로 정하고, 각자 마중물을 주제로 졸업후기를 적어보고, 그동안 쓴 글들 중에 어떤 글을 졸업문집에 실을지 고심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쓴 글이 많이 없는 분들은 뒤늦게 후회하는 시간..). 이후 몇 차례 더 모임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아쉽게 더 이상의 모임을 갖지는 못했습니다. 2) 1월, 2월 .. 2021. 2. 26.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