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228 [길벗 광장] 중계동 야학에서 서울역 성프란시스대학으로 이전했습니다. 박한용 (성프란시스대학 교수, 역사 담당) 1979년부터 시작된 나의 대학생활을 되돌아보면 꽤나 방황과 회의에 빠져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입학하고 몇 달 뒤 수업을 들어가는데 건물 앞 잔디밭에서 덩치가 큰 40대 이상 된 아저씨들이 트럼프를 치다가 강의실로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수업을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교수의 강의 내용과 학생들의 동태를 감시하려는 것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것이 대학이라니! 그해 10월 인문계열 1학년 110명이 ‘자연과학개론’이라는 교양과목을 듣고 있었다. 당시 문과대학에서 가장 큰 강의실에서 수업이 진행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가까운 친구와 몇몇 학생들이(나중에 알고 보니 선배들) 수업 도중 일어나 유신반대 전단을 나눠주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자 교수님은 즉시 .. 2021. 7. 3. [길벗광장] 다시 도반들과 함께 길에 오르며 안성찬 (성프란시스대학 철학 교수)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첫 강의를 했던 해가 2007년이니 이곳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14년이 되었다. 10년간 맡았던 문학 강의를 내려놓은 후 지난 몇 년 동안은 심화과정 강의만 해오다가, 올해 정규과정 철학 강의를 맡아 ‘선생님들의 학교’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제 다시 우리 선생님들의 길벗이 되어 인문정신(Humanitas)이라는 깃발을 앞세우고 교가 가사의 한 구절처럼 “손에 손을 잡고” 함께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잠시 지난 세월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장정에 대한 각오를 마음에 다져보고자 한다. 2007년 초 임영인 신부는 내게 강의를 맡아달라고 요청하면서 성프란시스대학의 설립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 빈곤계층이 빈곤.. 2021. 5. 1. 2021년 3, 4월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있었던 일 1) 성프란시스대학 16기 졸업문집 발간 성프란시스대학의 매 기수는 졸업을 앞두고 졸업문집을 함께 만듭니다. 올해는 "나의 인생의 마중물"이라는 제목을 함께 정하고 각자 '마중물'이라는 주제에 맞추어 졸업후기도 적어보았습니다. 글쓰기 첫 수업 때 지은 이름 삼행시부터 백일장에서 고심 끝에 지은 글들, 또 인터넷 카페에 일기처럼 차곡차곡 쌓은 글들, 국화도로 함께 놀러 가서 지은 공동 창작시까지. 한땀 한땀 1년간의 추억이 묻어 있습니다. 어느 날 인문학 교실에 수박 들고 응원 온 선배님이 "인문학 끝나면 남는 건 글밖에 없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국화도 (16기 공동창작시) - 부제: 난 여기서 살란다- 난 여기서 살란다 물 비늘 반짝반짝 붉은 해가 저무는 난 여기서 살란다 나도 여기.. 2021. 4. 25. [인물 인터뷰] 나는 살아있는 손종식입니다 글/ 강민수 인터뷰어/ 강민수, 김연아 인터뷰이/ 손종식 (16기 졸업동문) 지난 2020년은 코로나19로 유난히 힘든 한 해였다. 안전한 집이 없고, 의지할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손종식님(61세)도 그런 사람이었다. 누구보다도 그런 사람이었다. 36년 전에 사망신고 된 그에겐 자기 자신마저 없었으니까.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해내기 위해, 작년 3월, 성프란시스대학(거리노숙‧쪽방‧고시원 주민 등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시민대학)에 지원했다. 서울역에 온 지 15년만에 세운 그 결심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1년이 지난 2021년 2월 15일, 그는 법원으로부터 ‘사망사유 말소’ 판결을 받았다. 3월 10일엔 동주민센터에서 지문을 등록하고 임시 주민등록증을 .. 2021. 4. 25. 이전 1 ··· 45 46 47 48 49 50 51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