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228 [성프란시스 글밭] 나는 예쁘다 나는 예쁘다 글: 김봉은(17기 동문) 그림: 신웅 화백 나는 척박한 곳이라도 먹을 거만 있으면 잘 자란다 누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아도 나는 이름모를 야생 들꽃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자라면서 예쁘게 피어난다 하지만 타인에게 내 모습은 예쁘게 보이지 않은가 보다 나의 예쁜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나는 예쁜데 왜일까 하지만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지 않는데 나를 찾는 이들이 있다 내 예쁜 얼굴 말고 다른 무엇인가 필요해서 찾는다 내가 조금 더 자라면 나는 선택을 받는다 예쁘진 않지만 그들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늙은 노인이 된다 이 시간이면 예쁘지 않던 나의 몸값이 올라간다 그들 눈에 예쁘지 않았고 그들 필요에 의해서 내가 존재해 왔는데 내가 늙으니 나를 찾.. 2021. 9. 1. [역전칼럼] 와카레노 타비 (別れの旅) 박경장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학기 글쓰기수업은 시 읽기와 시 쓰기다. 매주 시 한 편씩을 암송하는데, 이건 숙제로 내준다. 수십 년 만에 펼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이 빠질듯한데 시까지 외우라니 얼마나 머리가 지끈거렸을까. 그런데도 2015년 11기 선생님 중 유일하게 10여 편 시를 다 외운 분이 ‘개구리 왕눈이’ 최인호 선생님이었다. 다소곳한 자세로 큰 눈을 지그시 감고 바르르 떨리는 입술로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암송하던 초겨울 후암동 교사. 턱 그늘 괴고 한줌의 눈물을 백열전구 불빛에 던져주며 우리는 .. 2021. 9. 1. [길벗 광장] 형제복지원, 동부시립병원 무의탁환자 병동, 그리고 성 프란시스 대학 김동훈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1987년 어느 날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소위 ‘부랑자’들에게 국가 권력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굳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주 옛날부터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유랑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권력자들에게는 몹시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한데 잠을 자면서 악취를 풍기고 구걸하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고픈 것이 자신의 훌륭한 치세를 과시하고픈 모든 왕이나 황제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한자어로 유랑(流浪)은 파도처럼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까 유랑민은 사실은 멀리 완전하게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라도 눈비.. 2021. 9. 1. 2021년 5월, 6월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있었던 일 1) 성프란시스대학 17기 봄소풍 성프란시스대학에서는 1학기 시작 후 봄소풍을 가는 전통이 있습니다. 원래는 1박 2일로 갔었지만 작년부터는 후원이 끊겨 5월 8일, 당일치기로 월드컵공원-노을공원-평화공원에 다녀왔습니다. ^^ 17기 13명에 자원활동가와 교수진, 실무진이 다 함께 우르르 몰려가니 어느새 27명의 대규모 인원입니다. 조별로 산책하고, 간식 먹고, 서로를 알아가는 게임도 하고, 포토제닉 사진 콘테스트도 합니다. 호수에 가서 붕어 밥도 주고요. 이렇게 하루를 지내다 보니, 그동안 어색하게 인사하던 사람과도 금방 친해져 수업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2) 성프란시스대학 17기 심화강좌 온라인 진행 성프란시스대학에서는 매 학기마다 성프란시스 졸업생,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심화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2021. 7. 3.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5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