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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215

[성프란시스 글밭] 겨울 십자가 겨울 십자가 글: 임남희 (성프란시스대학 18기) 그림: 신웅 화백 (7기 동문) 일거리가 끊기고 엎어진 예배당 바닥, 한겨울 외투 속 무릎이 결결이 박힌다. 무겁게 떨어진 이마가 쿵 소리를 내고 기도가 목구멍까지 퉁퉁 부어올라도 닿지 못할 곳에 매달린 십자가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할 뿐, 해가 지고 전깃불이 하나 둘 들어올 때, 내 엎어진 강대상 아래만 어둡다. 시화전 소개 영상: 18기 자원활동가 주태민 선생님 2022. 9. 10.
[길벗 광장] 홈리스 – 접속의 단절, 새로운 접속, 재접속을 향한 갈망 안성찬 (성프란시스대학 철학 교수) 성프란시스대 웹진 편집팀으로부터 칼럼 글 기고를 요청받고, 검색창에 ‘노숙인’을 입력해 최근의 관련 이슈들을 검색하는 일로 원고작업을 시작했다. 검색 사이트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종류의 뉴스가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 이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기관의 홍보뉴스와 ‘노숙인’이 저지른 범죄에 관한 기사. 거의 이 두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노숙인 관련 기사는 우리 사회의 ‘일반인’들이 ‘노숙인’에 대해 느끼는 이중적 감정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가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한편에는 이들이 자력으로는 일어설 수 없으므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시혜적 선의가,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이들이 자신들의 처지로 인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적으로 나타.. 2022. 9. 10.
2022년 5월, 6월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있었던 일 1) 성프란시스대학 18기 봄소풍 지난 5월 6일, 성프란시스대학 18기와 자원활동가, 교수진, 실무진이 다 같이 강화도로 봄소풍을 다녀왔습니다. 성프란시스의 분위기는 봄소풍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1학기 봄소풍을 다녀오면 서로의 친밀도가 확 높아집니다. 어색하던 사이도 말문이 터지기 시작하죠. 올해는 몇 년 만에 강화도로 봄소풍을 다녀왔습니다. 강화도 '우리마을'(발달장애인 직업재활 공동체)에는 성프란시스대학의 총장님이신 김성수 주교님이 계시는데요. 총장님도 뵙고 '우리마을'을 둘러본 뒤 용흥궁, 대한성공회 강화성당(한국 최초 한옥 성당), 지석묘, 광성보를 돌아본 뒤, 레크레이션 시간까지 가졌습니다. 오전 9시에 만나 밤 10시에 헤어지는 강행군이었지만 그만큼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만들었습.. 2022. 7. 8.
[성프란시스 글밭] 최고의 시 (15기 故 박두영 선생님을 추모하며) 최고의 시 강민수 (15기 자원활동가) 제가 지금 떠올리는 두영샘의 모습은 코로나 직후 두영샘과 정수샘, 연아샘, 저 이렇게 4명이서 만났던 '글쓰기 모임'입니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만난 모임에서 두영샘은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요즘은 마스크 안 쓰면 출입제한에 걸리지만 이 상황이 길어지면 마스크만 쓰면 경찰이 잡아가는 상황을 상상해본다." (박두영)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스크만 쓰면 경찰이 잡아가는 상황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두영샘이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두영샘의 시를 좋아했습니다. 이런 시를요. 후회 (박두영) 인생은 장기판 같은 것 잘 두던 못 두던 자기 자신은 최고의 수 최고의 수를 둔 건데 주변에서 인정조차 안 하면 울고 싶어짐 어느 날 문자로 보내주신 이 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2022.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