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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19

손톱 손톱 유0기 마장동, 낯설고 어설픈 세상이면서 또한 신기하고 환상적인 세계였다. 사회에서 첫 출발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작은아버지는 말씀하셨다. “남자는 자고로 공장생활을 하면서 기름밥을 먹어야 인생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래서 이웃에 살고 있는 아저씨를 따라 마장동에 있는 동신전기라는 회사에 들어갔다. 기계 소리가 웅장하게 들리는 공장 안에는 일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저씨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나이 지긋한 사장님, 여사무원, 공장 간부로 보이는 사람 몇이 있었다. 아저씨는 여사무원에게 기술을 배우며 일하기 위해 왔다고 얘기했다. 그리고 식당으로 데려가서는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할 거니까 잘 좀 챙겨달라고 부탁을 했다. 처음으로 공장식당에서 밥을 먹으니 기분이 이상하.. 2022. 9. 21.
이놈의 세상 이놈의 세상 노기행 달빛 아래 꽃들도 이미 잠들어버린 이 시간에 난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오늘도 어김없이 구루마를 끌고 어느 한적한 도로가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어 문다. 이 아늑하고 조용한 밤에 신호등만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쓰레기 더미에 길고양이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거리고 난 그 옆에 박스와 신문지를 챙긴다. 그리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요즘은 나이가 많건 적건 고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모든 것이 경쟁이다. 잡생각이 많이 들어 내 스스로 몸을 혹사시킨다. 일부러 힘든 언덕으로 구루마를 끌고 다닌다. 언덕을 오를 때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고 땀은 비 오듯 하지만 언덕에 올라 평지에 내려서면 어김없이 찬바람이 나를 반겨준다. 힘든 곳일수록 고물이 나올 확.. 2022. 9. 21.
새벽 두 시에서 또 다른 새벽 두 시까지 새벽 두 시에서 또 다른 새벽 두 시까지 표양종 아침에 눈을 뜨면서 일상의 하루를 시작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의 하루는 조금은 특별하다. 새벽 두 시가 되면 서울역 거리 팀 컨테이너로 향한다. 서울역에서 거주하는 노숙인들과 만남을 갖고 따스한 차 한 잔, 따스한 옷가지, 그들에게 필요한 생필품도 나눠주고 빵 한 조각이라도 그들의 배고픔과 잠자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이형운 팀장님과 이선근 선생님과 함께 해오고 있다. 거리 자활근로이긴 하지만 언제나 앞장설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남들 이야기가 아닌, 나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이었기 때문에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가 있다면 언제나 도와주고 싶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나면 리어카를 끌고 서울역에서 명동까지 이동을 하며 폐지와.. 2022. 9. 21.
나의 슬픈 치아 이야기 나의 슬픈 치아 이야기 고형곤 요즘 치아를 만들려고 치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제도 치과에 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처음에 하신 말씀이 쓸 만한 이가 별로 없다고 하시더니 갈 때마다 한두 개씩 이를 뽑습니다. 물론 불가피한 상황이지요. 저는 그때마다 생각하기를 일곱 살 어린애였으면 그 이를 지붕에 던지면서, 까치야 그 이빨 가져가고 새 이빨 가져다 줘 하고 새 이가 나기를 기다리겠지만 지금의 내 나이는 새로 나는 것은 흰머리밖에 없으니, 채우려면 비워야 하고 비우려면 버려야 한다고 했지만 가짜를 넣기 위해 진짜를 버려야 하니! (이렇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지만)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행세하고 진짜 같은 가짜가 득세하고 저마다 자기가 진짜라고 떠벌리는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진짜를 버리고 가짜..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