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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19

쓰러질 때와 일어설 때 쓰러질 때와 일어설 때 최승식 나는 문득 성프란시스대학 강의 시간에 이 제목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서 한 번 이상은 넘어진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자기의 실수에 의해서였든 다른 무엇인가의 힘에 의해서였든 간에 말이다. 나는 만 42년 3개월을 사는 동안에 얼마만큼 많이 넘어지고 일어섰을까? 나의 무릎과 가슴에는 어린 시절 넘어지면서 생긴 상처부터, 군에서 훈련 중 넘어지며 다친 상처까지 많은 흔적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 나는 무수히 넘어지고 부모님이나 주위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하고 어떻게 하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지를 자연스레 익혔을 것이다. 성장하면서 육체적인 중심의 쓰러짐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유치원에서부터 학교 교육이나 가정에서의 생활 등.. 2022. 9. 21.
1982년 가오리 별곡 1982년 가오리 별곡 한명희 수유리.. 빨래골과 장미원사이에 낀 가오리라 불린 곳 북한산 밑자락에 150평 남짓한 사각진 땅에 15가구가 옹기종기 세들어 살았다. 한쪽에서부터 1호, 2호~15호 이렇게 불리었고 대각선으로 화장실이 두 곳, 한쪽 귀퉁이에는 식수로 사용하는 수동펌프, 빨래터와 세면장, 짚세기로 대충 가린 동굴 같은 공용샤워장이 있었다. 뒤로는 세 발 큰 뜀 넓이의 ‘가오리천’이 악취를 풍기며 쌍문동으로 흐르고 중간에는 텃밭과 공터도 있었다. 3호에는 담배를 입에 달고 살고 울긋불긋한 화장을 미친년처럼 떡칠한, 밤술집 다니는 늙은 누나가 사는데 낮엔 이웃꼬맹이 손발톱도 깎아주고, 굶은애들 라면도 끓여먹이고, 내가 머리에 껌을 덕지덕지 붙여오면 석유를 발라 떼주고 머리까지 감겨주던 착한 누나.. 2022. 9. 21.
리어카를 끌고 여름 바다로! 리어카를 끌고 여름 바다로! 박진홍 나는 서울역을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하지만 몸이 안 좋아서 아무도 나를 일에 안 써주었다. 어떻게 하다가 평택인가를 돌아다니는데 나보다 어린애가 고물을 줍고 있었다. 그걸 보고 나도 서울역에 올라와, 처음으로 고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돈을 좀 모아서 리어카를 하나 장만했다. 안에 두 명이 누울 만큼 큰 리어카였다. 나는 리어카에서 자면서 고물을 모아 팔았다. 한 60만 원 모았을 때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갑자기 그 생각이 리어카만큼 자라났고 간절해져서, 바다를 보지 않고는 못 견딜 정도였다. 난 준비를 했다. 리어카를 끌고 부산으로 바다를 보러 갈 준비를. 때는 봄에서 여름으로 막 넘어가기 시작한 5월. 나는 스물아홉이었다. 일단 단골집 고물상 주인에..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