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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19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여수진 가진 것이 없어서 가난한 이들이라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마음이 여려서 별 뜻 아닌 말에 상처 입고 힘들어하며 스스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기에 자신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꽁꽁 싸매지만 따스한 손길, 따스한 말 한 마디를 그 누구보다 그리워하는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현재에 처해 있는 형편으로 우린 평가받고 있지만 남들보다 가진 것이 많이 없을 뿐 그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하는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현재의 삶이 힘겨워서 생각하기를 멈추었을 뿐 무수한 감정을 느끼는 우리는 홈리스입니다. 드러내놓고 싶지 않은 아픔들이 불쑥불쑥 심장을 뚫고 나올 때면 술의 힘을 빌려 밖으로 튀어나온.. 2022. 9. 21.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박석일 1 서울역을 왔다 갔다 한 지 년 수로 2, 3년이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가운데 머리를 숙인 사람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눈빛이 흔들리고, 고성으로 욕하고 싸우고 그리고 잠든 사람들, 길에서 잠든 사람들. 그 사람들 하나하나 가슴 깊이 쌓인 절망, 무너짐, 좌절, 서서히 무너지는. . . 어두운 비가 내려 오시는. . . 2 옛날이 된 내 스물 나이에, 어줍잖은 야학 하다가 한 학기 만에 그만둘 때, 아쉬운 표정으로 ‘너도 너 밥그릇 찾아 떠나는구나.’ 나를 쳐다보던 그들 눈길.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건강한지, 미안하다 내 말 받아 주려나. 아름다운 사람, 당신들은 ‘아름다운 사람.’ 3 다시서기 희망포인트에서 같이 일한 동료 선생님이 기억난다. 조울증을 심.. 2022. 9. 21.
거울 앞에서 거울 앞에서 서0미 두 눈을 꼭 감고 거울 앞에 섰다. 실눈을 뜨고 살짝 보려다가 곧 다시 감고 만다. 그러기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아니 수천 번. 내 모습을 똑바로 봐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덜컥 겁부터 난다.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럽고 추하지는 않을까, 온통 일그러진 모습이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내 스스로를 볼 수 없게 만든다. ‘그래, 까짓것 내 모습 좀 안 보고 살면 어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잠시 뒤엔 ‘그래도 봐야지, 그래야 남은 내 삶을 당당하게 살지!’라는 생각에 다시 실눈이라도 뜨고 거울을 바라보려고 애쓴다. 그렇게 실눈이라도 뜨려 애쓸 때, 예술사 수업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자화상들. 그 우연한 만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고흐의 자화상 몇 점이 .. 2022. 9. 21.
거울 속의 나 거울 속의 나 故 고성원 인문학을 시작한 지도. 벌써, 8주? 9주? 흠…… 이것조차도 기억 못 하는 게으름. 나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 아직 깊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 또한 생각하는 것의 게으름이 아니겠는가? 카페에 글을 올리고 강의를 듣고 그것에 대해 정리를 하며 느낌을 카페에 올리고 마구 쓰고. 이러한 것들이 인문학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나름 방증일까? 44년을 살아온 인생의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다. 인문학을 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꿈도 희망도 절망마저도 감내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돼버렸다는 사실. 그 사실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내 모습에 염증을 느끼게 되는 현실. 이 현실을 회피하고 부정하고픈 마음뿐이다. 어느 날 .. 2022. 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