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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거울 속의 나

by vie 2022. 9. 21.

거울 속의 나

고성원

 

인문학을 시작한 지도. 벌써, 8? 9? …… 이것조차도 기억 못 하는 게으름. 나에게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어떤 것인가? 아직 깊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것 또한 생각하는 것의 게으름이 아니겠는가? 카페에 글을 올리고 강의를 듣고 그것에 대해 정리를 하며 느낌을 카페에 올리고 마구 쓰고. 이러한 것들이 인문학을 충실히 하고 있다는 나름 방증일까?

44년을 살아온 인생의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다. 인문학을 접하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꿈도 희망도 절망마저도 감내하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가 돼버렸다는 사실. 그 사실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내 모습에 염증을 느끼게 되는 현실. 이 현실을 회피하고 부정하고픈 마음뿐이다.

어느 날 거울을 볼 수 없었다.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보기가 너무 두려웠다.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고. 벗은 내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웠던지 그만, 그 거울을 주먹으로 내리쳐버렸다. 고독했다. 외로웠다. 슬펐다. 안타까웠다.

가슴 깊은 곳에 크고 묵직한 돌덩어리 하나가 누르고 있음을 느낀다. 숨을 쉬고 있지만 생각의 의식이 죽어가는. 숨이 목에까지 차올라 헉헉거리면서도 죽어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바보.

며칠이 지났을까? 기어이 일은 터지고 한참을 세상과 등진 채 다시 또 지난날의 전철을 밟고 심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에 시달리며 견뎠다. 아니, 숨을 쉬고 있는 한 버텨야 한다는 잠재의식 속에 있었다.

어떻게 보냈을까? 온전한 정신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고 사람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내 가슴속에서 잊혔던 의식이 가물가물 되살아날 때쯤, …… 하는 탄성뿐 한동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또…… 내가 또.”

그렇게 되뇔 뿐.

지난 3여 년의 시간은 나에겐 죽어 있는 시간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동물처럼 먹고 자고 싸고. 이 일 이외엔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기조차 싫었으니까. 의식적으로 지난 과거의 일을 떠올리지 않았다. 나쁜 기억, 좋은 기억, 행복했던 기억들. 그 모든 것들을 부질없다 생각했고 내 인생에 아니, 삶에 염증을 느끼고 살았다. 그때, 내게 다가온 인문학과 꽃미남 정경수 실장님. 이 두 가지가 내게 가져다준 의미는 크다.

일이 잘 풀리고 안 풀리고 하는 것은 지난 3년 동안의 삶과 별반 차이는 없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었고 삶이 변해가고 있고. 내면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걸 소중히 생각하는 지혜도 발견하였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내 삶의 기회이자 전환점이라 생각한다.

난 참 복이 많은 녀석이다. 생면부지의 사람들 아니었던가? 그들은 아낌없이 내게 응원과 칭찬과 격려로 힘을 북돋아주었고 그들의 그런 지지에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다. 참 좋다! 잠자고 있던 내 의식을 끄집어내어주고, 길을 잃은 삶의 방향을 잡아준다. 또한 그 길을 다시 잃어버릴까 봐 환한 달빛으로 그 길을 밝게 비춰준다. 고마운 사람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한다가 아니라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주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흔히들 말하듯 사랑은 에로스적인 사랑이 있고 아가페적인 사랑이 있다고 하는데, 후자가 주는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내 맘이 너무 부끄럽고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데 그런 사랑을 주니 말이다. 단언하진 못하겠지만(아직 삶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음일 게다.) 점차 나아지길 스스로 기대하며 살아간다. 누구나 멘토가 될 수 있고 멘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나도 나와 같은 이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며 그의 삶의 방향을 바꿔줄 수 있는 멘토를 꿈꾸며 내 인생 3장의 서막을 넘기고 있다.

, 난 요즘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내 모습. 그때가 가장 진지하다. 눈을 꿰뚫을 듯 한참을 쳐다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온몸 구석을 훑어보노라면 잠자던 내 의식이 꿈틀꿈틀 일어나려 한다. 마치 기지개를 펴듯 조금씩 조금씩 자아에 대해 새삼 알아가게 되고 고성원이라는 존재를 비로소 느끼게 된다.

동기 여러분! 거울을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세요. 그 거울 속의 내 모습이 현재의 내 모습입니다. 부끄러움과 게으름과 나태함을 보았다면 지금의 내가 그러하답니다. 그 거울 속의 내 눈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내 육체를 뚫어지게 볼 수 있는 순간, 우린 이미 노깡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이런 힘과 하고자 하는 의지는 혼자서는 할 수 없었지만, 인문학이 있어서 그리고 동기생 여러분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1년 뒤, 큰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로 각자의 삶에서 멋진 인생을 설계하는 도약의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인문학 9기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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