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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아름다운 사람

by vie 2022. 9. 21.

아름다운 사람

박석일

 

1

서울역을 왔다 갔다 한 지 년 수로 2, 3년이 되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가운데 머리를 숙인 사람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눈빛이 흔들리고, 고성으로 욕하고 싸우고 그리고 잠든 사람들, 길에서 잠든 사람들. 그 사람들 하나하나 가슴 깊이 쌓인 절망, 무너짐, 좌절, 서서히 무너지는. . . 어두운 비가 내려 오시는. . .

 

2

옛날이 된 내 스물 나이에, 어줍잖은 야학 하다가 한 학기 만에 그만둘 때, 아쉬운 표정으로 너도 너 밥그릇 찾아 떠나는구나.’ 나를 쳐다보던 그들 눈길.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건강한지, 미안하다 내 말 받아 주려나. 아름다운 사람, 당신들은 아름다운 사람.’

 

3

다시서기 희망포인트에서 같이 일한 동료 선생님이 기억난다. 조울증을 심하게 앓다가 지금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거주했던 고시원 총무였던 나는 어느 날 그의 이름으로 온 서신 두 통을 받았다. 유네스코에서 보내는 회원 대상 뉴스레터와 다시서기에서 후원자에게 보낸 뉴스레터였다. 희망포인트 자활하면서 번 50여만 원 가운데 유네스코에 1만원, 다시서기에 1만원씩 2년간 후원을 해온 모양이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 산 위에 우뚝 서서 나를 보면 힘차게 달려오던 당신, 보고 싶다.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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