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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14호

[성프란시스 글밭] 암과 앎

by vie 2022. 9. 10.

암과 앎

글: 호박꽃 (17기 동문)

어느 날 문득 바라본 거울, 탁구공만 한 덩어리가 팔에 잡힌다.
이건 뭐지?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아~ 쇠 모서리에 찔렸구나..!
하지만 덩어리는 점점 커져가고.. 안 되겠다 싶어 받은 병원 검사 결과는 눈앞을 캄캄하게 했다. 암이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학병원에서 받은 정밀검사에서도 같은 결과였다. 
세균이 혈관에 침투해서 생긴 육종암.. 50평생 들어본적도 없는 암의 이름..
한동안 그저 허공만 바라보았다.

수술 전 면담에서 수술 후 오른팔을 못 쓸 수도 있다고 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6월 13일 오후 1시 30분 드디어 수술에 들어갔다.
내 머릿속은 온통 팔 생각뿐이다. 팔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바보같은 생각이 든다.
7시간의 수술
8시 30분 마취가 풀리고 정신이
조금씩 돌아올 때 두려운 마음으로 손가락을 하나씩 움직여본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 휴~ 다행이다.
눈물이 찔끔 흘러내린다.
등에 호스를 3개나 꽂고 통증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을 지새우다
드디어 6월 22일 오전 11시 
퇴원 수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7월 25일 방사선 치료를 시작한다.
34일 간 매일 다녀야 된다고 한다.
처음 일주일 동안은 고생을 좀 했다.
속은 울렁거리고 입맛은 없는 와중에 동치미 생각이 났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갈팡질팡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내 마음..
하루는 맑음 하루는 흐림…
거울 속 팔에 난 상처를 보고 있으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수밖에..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몸이 더 천근만근이다.
하루하루가 피곤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띵하고 콧물도 정신없이 흐를 때도 있다.
베란다 사이로 들어오는 눈이 부시게 어여뿐 햇살을 보면서도
다 내 잘못이라고 바보 멍충이라고 자책을 한다.
어느 날은 매일 다니는 병원을 가기 위해 다니는 전철역이 낯설다.
병원 도착 후 가운으로 갈아입고 방사선 치료를 기다린다.
선생님이 부르면 들어가 길이 1m 80 폭 60 치료대에 누우면 팔 밑에 받침대가 들어온다.
방사선 기계가 서서히 내 내 팔을 한 바퀴 돈다. 피부가 점점 변해간다.

완치를 위해서 5년을 더 병원에 다녀야 한다.
퇴원 한 지 2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 녀석은 좀처럼 낫질 않는다.
오늘따라 천장에 떨어지는 빗줄기 소리가 유난히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구나.
정신 나간 사람처럼 창문만 바라본다.
잠시나마 옛추억에 잠겨 본다.
저 감나무 줄기 잎사귀처럼 푸르르고 싶다.
그러나 하루하루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나? 변화를 가져야 할까? 
이 고통을 어찌 할까? 내 삶은 몇 점일까? 고민이 꼬리를 문다.

이런 밤은 너무 고통스러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몸이 아프고 나니 지난 날 생각이 많이 난다.
2년 6개월의 시간을 빼고는 스스로에게 참으로 모질었던 시간..
지금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으니 다시 이 마음이 굳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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