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 것 같습니다.
2005년 9월 문을 연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금년을 맞아 만 2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금년은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20년을 회고하는 동시에 새로운 20년을 전망하면서 본격적으로 많은 행사를 준비해야할 시점입니다.
이런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20기의 인문학의 물꼬를 트는 20기 개강 첫 강의 글쓰기 수업 전경을 스캐치하고자 인문학과정 강의실을 찾았습니다.
인문학 강의실에 도착하니 18시가 되었고, 20기 선생님들은 삼삼오오 모여 저녁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성프란시스대학은 처음에는 서로 낯선 선생님들이 모여 같이 서로의 얼굴을 익히고, 친해지는 과정으로 , 비록 한끼 식사이지만 둘러 앉아 식사를 같이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식구가 되어가는 거죠. 비록 인문학 강의실 장소가 비좁고 그리고 수업 첫날이라 도시락으로 한끼 식사를 나누었지만, 이 식사를 통해 비로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에 입학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인 것 같습니다. 조금의 시일이 지나면 강의실에서 하는 한끼 식사가 단순한 한끼 식사가 아니라, 식구를 멱여 살리는 선생님들이 직접 시장을 보고, 같이 요리를 하고 같이 식사하는 그런 때가 왔으면 합니다.
19시 조금 못되는 시점에 20기 선생님들은 강의실에 각자 자리를 잡고 조금은 호기심 띤 모습으로, 조금은 긴장한 모습으로 수업 시작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19시에 박경장 교수님께서 들어오셔서 출석부을 부르셨습니다. 교수님은 학생의 얼굴과 눈을, 그리고 학생이신 선생님은 교수님의 얼굴과 눈을 마주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서 박경장 교수님은 강의 일정을 소개해 주시면서 오늘 수업 첫 시간은 성프란시스대학 소개와 인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소개 시간을 갖고, 둘째 시간에는 본격으로 수업을 시작하시겠다고 하십니다.
박경장 교수님은 먼저 성프란시스대학 설립의 취지와 역사를 소개하시면서 가난한 자와 소외 받은 자에 대한 성프란체스코의 정신을 이어받아, 2005년에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 선생님들의 인문학이 설립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제게는 우리 20기 선생님들께서 일년간 인문학과정을 거치면서, 이런 교육 철학을 꼬옥 가슴에 담아 달라는 부탁으로 들렸습니다.
이어 성프란시스대학이 추구하는 인문학의 모습을 그려 주셨습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은 학습하시는 선생님들 사이의 관계, 선생님들과 교수님 등 성프란시스대학 구성원들의 관계로 이루어지는 공동체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비록 도시락이기는 하지만 수업 전에 삼삼오오 모여 저녁 식사를 한 것은 그저 한끼 식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식사를 통해 하나의 식구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인문학의 바탕인 성프란시스대학 인간학은 학습자와 교수진, 더 나아가 졸업 동문과 모든 성프란시스대학 공동체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배움에 도움을 주는 관계로 정의 해주셨습니다. 이렇듯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인간학을 통해 고립된 내가 아니라 옆의 동료와 대화하고 배려하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해서 첫 날 첫 수업 첫 시간이 끝나고 과일과 음료수가 준비된 휴식시간 동안 담소 시간을 가졌고 이어진 두 번째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글쓰기 수업의 첫 번째 주제는 언제나 “글쓰기 일곱 가지 제언”입니다. 이날 20기 글쓰기 수업도 “글쓰기 일곱 가지 제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 졸업 동문 분들께는 “글쓰기 일곱 가지 제언”을 복습하는 차원에서, 우리 <글벗> 구독자분들께는 우리 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수업의 속살을 보여 드리는 차원에서 구체적 예를 하나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구독자분들께서 이런 기회(?)를 통해 성프란스시스대학 인문학과정 글쓰기 수업에 참여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가끔씩은 고단하고 지루한 일상 속에서도 아래의 내용이 떠올라 힘을 얻으시고 글쓰기를 실천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지재세(人之在世)에 불가무우(不可無友)니 이문회우(以文會友)하고 이우보인(以友輔仁)하라.
(사람이 세상에 살면서 벗이 없을 수 없으니, 글로써 벗을 모으고, 벗으로써 인(仁)을 도와라.)
- 四字小學
*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아무 글이라도 쓰십시오. … 몸에 볼펜 한 자루와 종이 한 장은 꼭 지니고 다니십시오. 글감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릅니다.”
* 생각도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도 많이 해 본 사람이 잘합니다. … 일상에서 잡생각은 시에서 진실이고, 일상에서 진실은 시에서 잡생각입니다. … 그 잡생각 안에 당신의 꿈과 사랑, 욕망과 희망이 다 들어 있습니다.”
* 관습적 생각에 도전하라.
“글쓰기는 세상의 두터운 가면을 벗기는 작업이며, 세상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 그러려면 관습적 생각에서 벗어나 부단히 새롭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에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십시오,”
* 모든 것을 항상 처음 대하는 기분으로 바라보라.
“’반복’은 죽음이지만 ‘변주’는 살아 있습니다.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 사물, 사건들에게 처음 마주하는 아이처럼 말을 걸어 보십시오. 그러면 그것들이 새 생명을 얻은 듯 당신에게 말을 걸어 올 것입니다.”
* 가끔은 손으로 써라.
“손으로 쓴 글씨는 모양이 있고 성격도 있습니다. 감성도 있고, 이성도 있습니다. 오감이 있어서 사랑할 줄 알고 울 줄 도 압니다. 때로는 약이 되어 아픈 곳을 치유합니다. 그러니 손 글씨를 쓰도록 노력하십시오.”
* 글쓰기는 오감운동이다.
“글쓰기는 시각, 촉각, 후각, 청각 등 모든 지각 능력과 관계가 있습니다. … 가능하면 시각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감각 훈련을 하도록 노력하십시오.”
* 다른 작가들과 사랑에 빠져라.
“글쓰기는 다른 작가들과 관계를 맺는 것입니다. … 행간의 숨은 뜻을 읽어내는 것을 넘어서 행간에 떠오르는 당신 생각을 글로 써보십시오.”
From 'read between the lines' to 'write between the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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