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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20호

[특집: 성프란시스대학 20년 회고와 전망] 성프란시스대학과 예술사

by 성프란시스 2024. 1. 14.

예술사와 성프란시스대학 / 김동훈(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2023년 1211일 심화 강좌 제9강좌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예술사 교수이신 김동훈 교수님이  진행해주신 “예술사와 성프란시스대학”이었.  

김동훈 교수님은 그 동안 인문학과정에서 예술사 수업을 진행해 오시면서 느낀 소회를 이야기해 주시고, 그 동안의 예술사 수업 진행 원칙을 말씀해 주셨다이어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의 역사와 더불어 거리의 인문학”, “희망의 인문학이란 주제와 연결하여 예술사 수업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다이번 특집에서 김동훈 교수님 강의 동영상 4편을 준비하였으니 구독자 여러분들께서 관람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김동훈 교수님은 이번 학기 심화 강좌가 2025년이 되면 성프란시스대학이 설립된 지 만 20년이 되는 점을 고려하여, 성프란시스대학이 걸어 온 길을 회고해 보고, 앞으로 성프란시스대학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전망해 보는 자리인 점을 강조하셨다. 이 점에 비추어 그 동안의 예술사 수업에 대한 소회와 앞으로의 예술사 수업 방향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고 말 문을 여시고는 먼저 이번 심화 강좌에서 두 가지를 살펴 보고자 한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는 그 동안 예술사 수업을 진행해 오면서 교재 내용이 거의 바뀌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명이고, 다른 하나는 예술사 수업와 심화 강좌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다.

 

 

김동훈교수님은 먼저 성프란시스대학과 인연을 맺게된 과정을 이야기해 주셨다. 2006년 당시 성프란시스대학 학장님이셨던 임영인 신부님으로부터 인문학과정에서 예술사 수업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아 성프란시스대학과 인연을 맺은 이후 오늘에까지 이르게 되셨단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그리고 유학을 다녀와서 성프란시스대학에 오게 될 때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보육시설, 노인복지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자신이 지향해온 섬김의 삶과 철학과 미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접하게 된 내용을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하고자 하는 바람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고민하던 와중에 성프란시스대학을 만나게 되었고 이로써 그동안 고민했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단다. 또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예술사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훌륭한 교수님들과 함께 일하게 된 점 또한 보람차면서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이야기하셨다.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예술사 수업을 시작하면서 성프란시스대학 설립 취지가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에서 모티브를 얻어 노숙인 선생님들을 위한 인문학과정을 진행해보자는 것인 점에 비추어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수업 커리큘럼을 만들게 되었는데, 고심 끝에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수업에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주제를 다루기로 했다고 말씀해 주셨다:

1) 나는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실존'의 물음,

2) 무엇이 나를 우리로 만드는가와 관련된 '사회적 실존',

3) 나 자신과 타인의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조건으로서의 '대화적 실존'.

이 세 문제에 대한 답을 미리 정해 놓지 않은 채 수업에서 감상하는 작품들을 통해 선생님들 각자가 자신이 누구인가를  생각해 보고, 자신이 이런 사람이구나 나름의 답을 찾아가면서, 또 다른 선생님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대화하면서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도 찾아가는 과정이기를 바랐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 과정에서 교수님 자신의 역할은 선생님들 각자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자신의 내부에서 끄집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고 정리해 주셨다.

선생님들이 자신이 누구인가 답을 찾아 가는데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예술 작품을 강의 교재로 삼았는데, 이렇게 교재로 선정된 작품이 자주 바뀌면 여러 기수 선생님들이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비교해보고 수업 방식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 가능하면 수업에서 감상하는 작품을 바꾸지 않고 원안을 고수해 왔다. 이런 원칙 아래서 위에서 이야기한 3가지 주제를 선생님들 각자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는 동시에 다른 선생님들과 대화하기도 하면서 답을 찾아 가기를 바라셨단다. 

 

이어서 김동훈 교수님은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에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면서, 예술사 수업의 원칙을 말씀해 주셨다. 얼 쇼리스는 어떻게 하면 소외되고 패배감에 빠져 있으면서 무기력한 빈민가 사람들에 희망을 줄 수 있는가의 문제를 고민하다가, 교도소에서 장기 복역 중인 여성과의 인터뷰에서 답을 찾았다. 그 여성이 했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우리 아이들에게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가르쳐야 합니다. 가르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얼 선생님, 그 애들을 연극이나,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 등에 데리고 다녀 주세요. 그러면 그 애들은  그런 곳에서 시내 중심가 사람들의 정신적 삶을 배우게 될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얼 쇼리스는 빈민가 사람들의 희망을 위해서는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세상을 자각하는 정신적인 인문학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 정신은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의 철학에 스며들었고, 김동훈 교수님께서도 '수업의 목표는 구체적 지식 전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동료 선생님과 대화하시면서 진지하게 삶에 대해 세상에 대해 고민해 보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라는 원칙에 근거해 예술사 수업을 진행하셨다고 이야기하셨다.

김동훈 교수님은 예술사 수업을 토론 형식으로 진행하셨는데, 이는 얼 쇼리스가 '희망의 인문학'에서 언급한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따른 것이라고 하셨다. '산파술'은 교육받는 사람들의 삶의 경험에 축적된 정신 세계 내면에 진리의 맹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대화를 통해 그 내면의 맹아를 끄집어 밖으로 드러나게 해준다. 예술사 수업도 이런 '산파술'에 따라 수업에 참여한 선생님들의 내면에 흐르는 진리의 맹아를 끄집어 내어 선생님들이 자신과 세상을 자각하고, 다른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화적 실존의 주체로 발전하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자가 되기를 원하셨다 한다.

 

 

김동훈 교수님은 또 강연 말미에는 '20주년, 그리고 그 후를 준비하며'라는 주제도 다루어 주셨다. 대기업의 후원이 중단되고 서울시의 사회복지 정책이 유동적인 가운데, 또 인문학과정의 잠재적 참여 주체인 서울역 노숙인을 둘러싼 환경이 변해가는 과정에서 성프란시스대학 공동체는 무엇을 어떻게 할것인가를 다각도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김동훈 교수님은 이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성프란시스대학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의 모범으로 알베르 카뮈가 말한 '행복한 시지푸스'를 제시해 주셨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좌절에도 다시 바위를 산꼭대기로 들어 올리는 고귀한 성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시지푸스가 느낄  행복을 상상하면서 지금까지 성프란시스대학이 걸어온 것처럼, 앞으로도 성프란시스대학의 가치를 지켜 나가면서 우리의 바위를 다시 굴려 올리면 시지푸스가 느낀 것과 마찬가지 행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시면서 강의를 마무리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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