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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18호

[성프란시스대학 글밭] 늦은 여름수련회를 회상하며

by 성프란시스 2023. 9. 12.

늦은 여름수련회를 회상하며/ 19기 강정문

 

 

안면도의 늦여름과

보령 상화원 그리고

돌아오는 개심사의 길목에서...

 

처서가 지나 여름이 깊어

가을이 머지않은 길목에서 만나 본

맑은 날의 서해바다와 섬의 풍경

 

저녁노을 곱게 타오르다 지는

방포 해수욕장의 해변에서

물놀이하며 바닷가의 일부가 되어

즐겁게 보이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한잔 술이 비워질 때마다

빈 잔에 채워지는 추억은

깊어가는 여름밤의 하늘에

수놓는 별빛처럼 선생님들과

저의 따스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내게 없는 것을 밤낮으로

추구하던 시간속의

몸부림도 아니었고

 

미완성인채로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여백을 채우려는

끝없는 고뇌도 아니었지만...

 

삶을 살면서 언제나 목표와 목적을

상실한 공허만이 가슴을 채우고 있다는

상념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 저에게는

선생님들과의 시간이 정말 의미 있고

젊은 날로 돌아간 듯 기뻤습니다.

 

돌아오는 길목에서

상화원 산책로의 기다란 해송들은

말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주고 파도는 경음악이 되어

귓가를 울려주었고

 

산새와 물새가 우지 짖는 평온한 늦여름

한낮의 평온한 푸른 벼 밭길 그 너머로

풍경화처럼 보이는 산들과

 

노랑나비가 하늘거리며 이곳저곳

머물다가 날아다니는 아름다운

전원의 모습이 차창가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질 때

넓은 벌판과 들녘은

평화로운 자연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바닷바람을 타고 흐르는 짠내음도

멀어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잦아들 때

전원교향곡으로 흐르며 퍼지는

귓전을 울리는 가요는 아늑함마저

느끼게 했습니다

 

무심히 내리쬐는 한 낮의 따가운 햇살도

그토록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아늑함을 질투할 수밖에 없는지

더욱 기승을 부렸지만

 

흰 구름 둥실 떠다니는 하늘은

첫사랑을 만나는 수줍은 소년처럼

활짝 갠 맑은 날씨를 살며시 여밀고

저 멀리 심연 속에 잠들어 있던

그리움을 일깨워주었어요

 

차창가로 흐르는 시냇가의 풀 냄새는

향기를 온 누리로 퍼뜨리며 자연의

정직하고 솔직함을 그려내고 있었고

 

개심사의 매미는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구슬프게 울어대고

그 옛날 의자왕과 백제인들은

흙이 되어 사라지고 없을지언정

평안을 간직한 영혼의

숨결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

유구한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여름을 마음의 붓으로 그리고

다시 만날 기약 없이 떠나는 이별의 시간

 

즐거움 가득한 12일의 영상들을

돌아오는 차창 밖을 보며 회상해봤습니다

 

헤어지기 정말 싫은 마음의 끈을

슬픔과 함께 서해안의 바다 속 깊이

던져버리고 소리 없이 안녕이라고

속삭이며 차창 가에 머리를 맡기고

늦은 오후의 낮잠을 조용히 청해보며

즐거웠던 한여름의 꿈을 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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