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시한1)에는
故 신득수
울 초가집 처마 끝에 고드름 열렸네 줄줄 매달아 놓은 실가리2)
울 어매 한 다발 뜯어불고 정재3)로 가시고 까만 솥단지에 솔잎 불 펴고
아부지는 논두렁에 나가서 개울물 다 퍼질러 누런 미꾸라지
양푼 한가득 잡어 갖고 오고 굴뚝에선 째깜씩 냉갈4)이 피어분다요
어매, 아따 요로콤 맛나게 먹어부렀어라요 잉, 동동, 동치미도
맛깔나게 먹었구만이라요, 아부지 졸려 죽겠응께 아랫목에서 한참 잘라요
가실5)이 풍년으로 끝나면 시한은 참말로 재밌지라요
‘성님 집에 계시오?’
‘아고, 동상 들어오랑께’
시한의 남도에서는 겁나게 웃어불어요잉
[각주]
1) 시한: 전라도 방언으로 ‘겨울’을 의미함
2) 실가리 '시래기'의 방언
3) 정재: '부엌'의 방언
4) 냉갈: '연기'의 방언
5) 가실: '가을'의 옛말로 계절의 의미도 있지만 '가을걷이'의 의미가 더욱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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