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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발간25

『빗물 그 바아압』발간사 (2020년 10월 출간 예정) 이 책은 ‘유서 한 통쯤은 몸에 지니고 있거나, 자살 미수 2범은 돼야’ 들어갈 수 있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졸업생의 글을 엮은 것입니다. 이 과정은 2005년 9월에 개교해 올해로 15년째 된 노숙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대학에서, 오랫동안 빈곤계층을 대상으로 사목을 해오던 임영인 성공회 신부에 의해 탄생됐습니다. 임 신부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통해 노숙인들에게 의식주를 비롯해 당장에 필요한 물적 조건을 제공한다고 해서 그들이 빈곤이나 노숙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경우는 거의 못 봤다고 했어요. 결국 그가 도달한 노숙인 자활의 궁극적 목표는 ‘자존自尊감 회복’이었습니다. 자존감 회복은 당연히 자존自存,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성찰에서부터 찾아져야 하는데, 그건 바로 인문학의 .. 2020. 8. 19.
사지가 멀쩡한데 왜 노숙을 하냐구요? 어떤 이는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포자기하고 거리에서 뒹구는데 그걸 도와준들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지가 멀쩡한데 일하지 않고 거리에 '뒹구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만일 당신의 자녀가 직장을 구해 줘도 적응을 못해 곧 그만두고 거리로 다시 나선다면,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은가? 직장을 구하라고? 노숙인의 상당수는 주민등록이 말소되거나, 파산에 의한 채무 등으로 신분이 불안정해 정상 취업이 불가능하다. 물론 노숙인 출신을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받는 경우도 거의 없을 만큼 우리 사회의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 근본적 이유이기도 하다. '사지가 멀쩡하다'고? 결코 아니다. 대부분 사지는 멀쩡해 보여도 걸어 다니는 종합병동이라고 할 만큼 병들고 약해져 있다. 한.. 2020. 7. 29.
노숙인이 가장 싫어하는 말 노숙인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노숙인이다. 쪽방이나 독서실 아니면 '시설'에서 잠을 자는 분들은, 자신을 결코 노숙인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항변한다. 말 그대로 이슬 맞고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설령 한때 노숙 생활을 했더라도, 아니 현재 노숙을 하는 처지에 있을지라도 노숙인이라는 용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노숙인이라고 부르는 그 순간부터 한국 사회는 노숙인에 대해 어떤 선입견에 사로잡힌 고정된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머리는 대책 없이 엉클어지고 옷은 남루하기 그지없는 행색, 낮이나 밤이나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모습. 그러다 밤이 깊으면 서울역 대합실이나 지하도에 쓰러져 자는 인간 군상. 알코올중독에 게으르고 제 몸 하나 추스르지 못하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 잔혹하지만 노숙인.. 2020. 7. 29.
알코올중독과 나 특히 알코올중독의 노숙인은 '보통 시민'들이 가장 꺼리고 경원시하는 존재이다. '노숙의 세계'에서 알코올중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알코올중독이 원인이 되어 노숙의 삶으로 전락한 경우, 사업에 실패하거나 억울하고 원망스런 일을 당해 술로 달래다 알코올중독이 되고 급기야 노숙으로 간 경우, 노숙 생활을 하다가 알코올에 빠진 경우가 그것이다. 원인과 결과의 순서가 어찌 됐건, 결과로서의 알코올중독은 노숙인의 자활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보통사람들'과 같이 일상적인 과정들을 거치며 살아왔다. 그러나 과도한 술이 문제였다. 살면서 술에 대한 문제를 조금씩 느끼고는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이렇게까지 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러함에도 .. 2020.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