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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발간25

존재,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혹은 무거움 박 경 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내 수업시간인데도 선생님들 대화에 감히 말 한 마디 끼어들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이럴 때다. “소주에다 양주까지 병나발 불고 태종대 자살바위 끝에 섰는데, 아! 글쎄, 정신이 말짱하더라고, 발이 바위 벼랑에 딱 붙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거야.” “바다에 뛰어내렸는데 목구멍에 물이 넘어와 숨이 막혀 나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근처 물질하던 해녀가....” “소주 한 박스 사들고 여관에 틀어박혀 며칠을 마시다 벽선풍기 걸이에 전홧줄로 매달고 의자에서 뛰어내렸어. 그런데, 이런! 발이 바닥에 닿는 거야. 전홧줄이 길었어.” “어디 죽는 게 내 맘대로 되는 줄 알아.” 무슨 대화 끝에 나왔는지, 이 말들이 한 시 한 곳에서.. 2020. 10. 8.
화해 박 경 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단어 셋’을 노트에 적어보라고 했다. 그러곤 교실을 돌아다니며 나는 책상 위에 펼쳐놓은 선생님들의 노트를 보았다. 그 중 화인처럼 내 가슴에 찍힌 불같은 단어 셋을 8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여자’ ‘엄마’ ‘새엄마’ 노트에 적은 단어가 지시하는 구체적 대상(기의, 의미내용)이 아니라 단어 그 자체(기표, 형식기호)에게 왜 싫어하게 됐는지 그 까닭을 말해보고, 화도 내보고, 기타 하고 싶은 말이면 무엇이든 실컷 해보라고 했다. 말이라고 했지만 실은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적는 글쓰기연습이었다. 하지만 그 불꽃같은 세 단어를 쓴 선생님은 수업 내내 창문 밖을 바라볼 뿐 단어와 화해하기를 거부했다. 그 수업뿐만 아니라.. 2020. 10. 8.
눈사람 (가족) 박 경 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2009년 12월 겨울 초입이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를 칠판 위에 썼다. 짧게 시를 감상하고는 선생님들에게 각자 연탄에 얽힌 추억담을 풀어놓으라 했다. 반 이상이 60년대와 50년대 생인 인문학 선생님들은 저마다 따뜻했던 연탄추억담 하나씩을 풀어놓았다. “방금 풀어 논 연탄추억담을 시로 써보세요. 시작~~.” 눈사람 문 재 식 연탄재 굴려 눈사람 하나 만든다. 싸리 빗자루에서 눈 하나 코 하나 미소 하나 가져왔다. 손마디마다 하얀 눈가루 선명한데 뒤돌아본 내 발자국은 눈사람이 가져가버렸다. 이 시를 다시 떠올린 건 2011년 1월 말일 경 서울로 올라오는 차 속에서였다. 서울역에 .. 2020. 10. 8.
EBS 지식채널e <교육, 위험한 힘> 동영상을 <빗물 그 바아압> 텀블벅 펀딩 사이트 스토리 란에 링크해 드렸습니다. (https://tumblbug.com/9efad15a-b799-4def-a926-753565ebeb70) 2020.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