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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23호

[성프란시스대학 글밭] 은유글 쓰기

by 성프란시스 2024. 7. 12.

은유글쓰기 1/ 박경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어제 글쓰기 수업에서는 은유법 기본 형식 ‘AB이다를 연습했다. 집에 오는 길에 선생님들이 발표한 것들 중 몇 개가 계속 떠올라, 기록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철*: 나는 굼벵이다. 왜냐하면 오늘도 자고 내일도 자고 모레도 . . .(하지만 나는 이 굼벵이 비유에서 언젠가 잠에서 깨어나 우화할 거라는 속내를 읽었다. 이번 학기 들어서 선생님은 처음으로 수업시간에 졸지 않았다 ^^)

정동*: 나는 얼음이다. 왜냐하면 차지만 녹으면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비유다! 얼음 비유의 적확함에 섬뜩했다가 녹으면에서 감동했다. 선생님은 조금씩 조금씩 녹는 중이다!)

한상*: 분노는 가자미이다. 왜냐하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으니까 (영민한 비유다! 지금은 가라앉아 있지만 언제라도 미끼가 눈앞에 나타나면 덥석 물고 올라올 분노. 지금까진 잘 다스리고 계신가 보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거 3가지/ 임철*

우선 첫째로 그림을 그려보자. 밑그림은 배낭여행이다. 고비사막이 좋겠다. 어여쁜 처자와 동행하며. 둘이 가서, 셋이 오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다.

둘째로는 꽃을 선물해보자. 장미꽃 한송이를. 어린왕자 무덤을 찾아보고 싶다. 사하라 사막 속에서. 비행기가 떨어진 그곳으로. 낡은 우물로 목을 축이고. 뱀과 여우와 어우러져. 다 같이 양고기 파티를 하며. 그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별을 세어보자. 별이 잘 보이는 곳이 좋겠다.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 별 하나 별둘. 잠은 잘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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