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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21호

[2024년 1월 ~ 2월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있었던 일] 19기 졸업여행

by 성프란시스 2024. 3. 20.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9기 졸업여행 후기

한상규/인문학과정 19기 회장

 

1월의 추운 날씨를 잔뜩 걱정하며 며칠 전부터 계속 날씨를 검색했습니다. 혹시 추우면 어쩌나, 저번 사전 답사처럼 비가 오면 어쩌나 하고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막상 당일엔 지난 1년의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무려 11도까지 올라가는 날씨가 23일 내내 이어졌습니다.

 

모든 길, 모든 순간이 다 기억에 남습니다. 박경리 기념관 위에서 바라보던 통영의 앞바다, 세병관에서 느꼈던 건물의 웅장함, 처음 먹어 보는 생대구의 맛과 생일을 맞아 술 한 잔 안 하고 완전히 붉어진 얼굴로 부끄러워하던 동기의 얼굴, 몽돌 해변과 푸르다 못해 색깔마저 아름다웠던 거제의 하늘과 바다들 그리고 그 모든 영상과 풍경들과는 비교할 수 없었던 지난 1년을 함께 했던 20여명 사람들의 환한 얼굴들 .

입학식에서 보였던 그 어색하고 무신경하고 두려워하고 귀찮아하던 얼굴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진짜 어린 시절의 그것처럼 마냥 웃는 얼굴로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마치 봄날의 날씨 같았던 푸른 하늘 아래에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던 모습까지 . 저 사람들이 과연 1년 전 입학식 사진의 주인공들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졸업 여행이란 걸 가본 적이 없습니다. 중학교 때는 연합고사를 준비하느라고 여행이란 걸 꿈도 꿔본 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말할 수도 없습니다. 대학입시라는 큰 장벽을 넘을 만큼 용기도 없었습니다. 10대 때20대 때도 가본 적 없는 졸업 여행을 50이 넘어서 가보았습니다. 환상적인 날씨와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23일의 시간이 제 51년의 인생 중 인상적인 한 장면과 같았던 지난 1년 중에 가장 좋아서 지나가는 것이 아쉬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23일의 졸업 여행을 끝내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여행은 돌아온 뒤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하지만 여행을 다녀오고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일상은 지금보다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는 졸업 여행을 다녀왔지만, 새로운 시작의 출발점에 서 있는 신입생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신입생의 자세로 살 수 있는 아주 좋은 여행을 다녀와서 정말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20242월 한상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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