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쁘다
글: 김봉은(17기 동문)
그림: 신웅 화백
나는 척박한 곳이라도
먹을 거만 있으면 잘 자란다
누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아도
나는 이름모를 야생 들꽃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자라면서 예쁘게 피어난다
하지만 타인에게 내 모습은 예쁘게 보이지 않은가 보다
나의 예쁜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만 한다
나는 예쁜데 왜일까
하지만 사람들에게 예쁘게 보이지 않는데
나를 찾는 이들이 있다
내 예쁜 얼굴 말고
다른 무엇인가 필요해서 찾는다
내가 조금 더 자라면
나는 선택을 받는다
예쁘진 않지만 그들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나는 늙은 노인이 된다
이 시간이면 예쁘지 않던
나의 몸값이 올라간다
그들 눈에 예쁘지 않았고
그들 필요에 의해서
내가 존재해 왔는데
내가 늙으니 나를 찾는 것이다
이 시간이면 나의 봄날이고
나의 몸값도 올라간다
나를 외면했던 그들이
나를 선택해주는 이 시간이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시간이며
나를 사랑하는 시간이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는데
가만히 돌이켜보면
그래도 나를 지켜보며 찾아주는 누군가 있었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살다보니 나도 누군가처럼
소중한 존재였고
내 주위에 많은 이들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를 사랑할 줄 몰랐던 내가
살아온 삶을 뒤돌아 보니
나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았다는 것을 느낀다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부터라도
나를 사랑해야겠다
나는 호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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