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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4호7

[성프란시스 글밭] * 별을 그리다 * * 별을 그리다 * 글: 양창선 (10기 졸업동문) 그림: 신웅 화백 나는 날마다 별을 그립니다 별 하나에서 별 열까지 그립니다 별 하나는 희망입니다 별 둘은 사랑입니다 별 셋은 꿈입니다 별 넷은 성찰입니다 별 다섯은 배려입니다 별 여섯은 절제입니다 별 일곱은 인내입니다 별 여덟은 동경입니다 별 아홉은 추억입니다 별 열은 아름다움입니다 별 열하나에서 별 스물까지 그립니다 별 열하나는 TV 프로그램입니다 별 열둘은 엄마 찾아 삼만리입니다 별 열셋은 은하철도 999입니다 별 열넷은 슈퍼맨입니다 별 열다섯은 로보트 태권V입니다 별 열여섯은 플란다스의 개입니다 별 열일곱은 알프스 소녀 하이디입니다 별 열여덟은 캔디입니다 별 열아홉은 초원의 집입니다 별 스물은 수사반장입니다 별 스물하나에서 별 서른까지 그립니다 .. 2020. 12. 22.
[역전칼럼] 존재,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혹은 무거움 박경장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내 수업시간인데도 선생님들 대화에 감히 말 한 마디 끼어들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이럴 때다. “소주에다 양주까지 병나발 불고 태종대 자살바위 끝에 섰는데, 아! 글쎄, 정신이 말짱하더라고, 발이 바위 벼랑에 딱 붙어 도무지 떨어지지 않는 거야.” “바다에 뛰어내렸는데 목구멍에 물이 넘어와 숨이 막혀 나도 모르게 허우적거리며 살려달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근처 물질하던 해녀가....” “소주 한 박스 사들고 여관에 틀어박혀 며칠을 마시다 벽선풍기 걸이에 전홧줄로 매달고 의자에서 뛰어내렸어. 그런데, 이런! 발이 바닥에 닿는 거야. 전홧줄이 길었어.” “어디 죽는 게 내 맘대로 되는 줄 알아.” 무슨 대화 끝에 나왔는지, 이 말들이 한 시 한 곳에서 나온 건지, 누.. 2020. 12. 22.
월미도 두 얼굴 전원조 (9기 졸업동문) 늦은 봄, 어느 화창한 날이다. 차갑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센 바람이 분다. 늦은 봄 월미산 자락엔 그런 차갑지는 않지만 센 봄바람이 불고 있다. 시절이 늦은 봄이라 그처럼 화려했던 벚꽃들은 이미 사라졌고 대신에 철쭉들이 진한 분홍물감을 여기 저기 흐드러지게 뿌려놓으면서 꽃말을 밀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고, 단풍나무들은 이제 막 알을 깨치고 갓 태어난 병아리 발바닥만한 작고 예쁜 잎사귀들을 가득 달고 불어오는 봄바람에 마구 흔들리며 흐느적인다. 월미도의 봄 어느 한 날이다. 월미산 정상의 포토 존 앞에선 '중년의 여고생' 셋이서 신바람이 났다. 서로 색다른 원피스를 차려입고 월미산 정상에 올라 희희낙낙 나름의 추억 만들기에 여념없다. 제법 바람이 센 날인데도 저렇게 치마를.. 2020.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