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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17호6

[길벗 광장] 노숙과 자유 김동훈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서양 문학의 고전들에는 고향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전쟁이 끝난 후 신들의 저주를 받아 집에 돌아가기까지 숱한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를 다룬 호메로스의 , 멸망한 트로이 왕국의 왕자로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다가 결국에는 이탈리아로 이주하게 되는, 고대 로마의 건국 영웅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조상 아이네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베르길리우스의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영웅들만 이렇듯 방랑하는 것은 아니다. 오디세이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의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은 평범한, 평범하다 못해 어떤 면에서는 찌질하기 까지 한 사람이다. 자신이 집을 나서면 자기 부인이.. 2023. 7. 11.
[역전 칼럼] 침향(沈香) 박경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학기 초 첫 번째 글쓰기 숙제는 자기 이름을 삼행시로 지어 카페에 올리는 것이다. 100% 제출완료. 두 번째는 단어 속성(屬性)에 관한 연습으로 두 단어를 골라 서로에게 하는 칭찬과 비난을 대화로 작성하기다. 60-70% 제출. 세 번째는 묘사연습으로 자신이 자주 가는 장소 묘사하기다. 30-40% 제출. 네 번째는 문단나누기 연습으로 두 문단 글쓰기다. 10% 미만 제출. 이쯤 되면 난 숙제 내주는 것은 포기하고 수업 시간 중에 글을 쓰는 ‘마구쓰기’에 집중한다. 하지만 말이 마구쓰기지 내용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무거나 마구쓰라 해도 마구써지지 않는 게 글쓰기 아닌가. 게다가 즉석에서 발표까지 시키니 난감해하는 선생님이 한 둘이 아니다. ‘자유연상기법’이니 ‘브.. 2023. 7.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