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일본이 처음이지 박경장 / 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심화강좌 제 3강은 지난 10월 21일 박경장 교수님의 "어서와 일본이 처음이지"란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박경장 교수님께서는 강의에 참석한 선생님들에게 ‘일본하면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선생님들은 ‘우리를 침략한 적국", "가식이 앞서는 나라’, ‘축구에서 질 수 없는 경쟁국이다", ‘일본을 방문해 보았는데, 거리가 깨끗하고,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다’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박경장 교수님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이번 강의를 통해 일본 혹은 일본인을 학문적 혹은 인문적으로 제대로 이해해보자는 강의 취지를 설명하십니다.
박경장 교수님은 먼저 일본 땅은 4개 지질판의 결합이라는 지질학적 특징을 지니며, 남방, 북방, 몽골,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유입된 인종의 결합으로 일본 민족이 형성되었고, 8세기에 이르러 일본이란 나라 이름과 천황제가 도입되었는데, 이때 이후 도입된 천황제는 계속 유지되었지만 정치 실상은 그 지역을 다스리는 제후만 변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들의 역사가 이루어 졌음을 이야기하십니다. 중세 시대 일본은 천황이라는 상징에 기반하여 무신(쇼군, 장군)이 지배하는 막부 정치의 질서가 확립됩니다. 이런 막부 시대의 무력에 의한 정치 질서는 오늘의 일본 이해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면에서 도덕, 정치 등의 범주에 기반한 문신 중심의 한국 정체제도와는 달리 일본은 막부 시대 이래 무신 중심의 정치 질서가 이루어지는 점이 오늘의 일본 정치, 문화 이해의 바탕이 됨을 박경장 교수님은 지적하십니다. 이때 확립된 일본 지배 체제는 쇼군 – 영주(다이어) – 사무라이이라는 엄격한 무신 지배 체제입니다
박경장 교수님은 일본 정신의 본질을 거론하십니다. 1944년 루스 베네딕트가 저술한 “국화와 칼”에서 차 한 잔을 마시는 평정 상태의 국화와 사회적, 정치적 관계에서 가차없는 폭력성을 드러내는 칼을 이야기하십니다.
이어 ‘화(和, 와)’라는 범주에서 칼의 무력과 국화의 질서를 이야기하십니다.
일본적 정서에 따르면 음식, 의복, 일본 정통詩, 심지어 일본 소(牛) 등에 와(和)란 단어가 달립니다, 그러면 일본인에게 和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십시다. ‘화(와)는 지금 유지되고 있는 질서를 깨트리지 말라는 사회적 준칙입니다.’ 이런 화(와)는 지금까지 일본 정서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즉, 기존 질서에 대한 무조건적 인정 아래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질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라’라는 일본 사회의 기본적인 준칙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和(와)라는 사회질서 규칙 아래,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지켜야할 규칙이 잇쇼켄메이(一生懸命)가 있습니다. 이는 사회구성원이 자신에게 부여된 직분에 한 목숨을 건다는 결의입니다. 이는 한 가지 목적을 위해 목숨을 건다는 것으로 그 대상은 천황, 가족, 자기 집안의 가업이 해당됩니다. 이런 잇쇼켄메이는 일본 산업화를 이끈 일본 장인 정신으로 소개되죠.
이어 박경장 교수님은 일본 정서의 특징으로 혼네 다떼마에(本音と建前)를 소개하십니다. 사회적 규범이라는 겉 마음과 개인의 본심인 속마음을 의미하는데, 개인 의사를 표명할 때 사회적 관계에서는 사회적 규범에 의해 정제된 개인 의사를 표명하는데, 이는 개인 속마음과 겉으로 표현되는 겉 마음이 전혀 다른 이중 심리 체계를 의미합니다.
이런 화(와)라는 기존 질서에 순응과 잇쇼켄메이라는 개인의 장인 정신, 그리고 혼네 다떼마에라는 개인 의사 표현 방법이 어우러져 일본 국가 체제가 운영되고, 근대 산업화를 이루고, 제국주의를 운영해 왔으며, 2차 대전 이후 1980년대는 세계 경제 2위로 도약을 이루어 냅니다.
여기까지가 일본 특유 사회 질서가 만들어 내는 글로벌 세계에서의 경쟁력인 것으로 보입니다. 1985년 세계 경제 위기 아래에서 미국 달러 가치를 내리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가치를 높이는, 플라자 합의라는 G5 경제 선진국의 합의가 이루어집니다. 이 합의가 이루어 지면서 일본 엔화 가치는 높아지고, 일본 제품 수출 경쟁력은 급감하고, 저금리 정책으로 부동산 투기 등 거품 경제가 가열하고 인플레이션이 반복되어 일본 경제는 성장 동력을 상실하고 소위 ‘잃어버린 30년’ 울타리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에다 1980년 이래 등장한 반도체, 인터넷 산업에서의 경쟁력 미확보, 저출산과 지진 같은 사회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화(와)와 잇쇼켄메이 그리고 혼네 다떼마에에 기반을 둔 사회적 질서의 한계점이 드러났습니다.
밑으로부터의 민주주의 혁명 경험의 결여에서 개인의 개성의 창발과 그에 기반한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 규칙 준수라는 현대적 사회 질서를 만들어 내지 못한 모양입니다. 어찌보면 그 동안 일본 질서의 근간인 화(와)와 잇쇼켄메이와 혼네 다떼마에를 현대 민주주의 가치관으로 전면 재편하거나 그에 걸맞도록 현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경장 교수님은 이런 일본 사회의 기저를 이루는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거론하시고, 오늘날 일본의 실패를 돌아보고, 인접 국가로서의 한국 입장에서 발전 방향에 대해 대안 모색을 촉구하는 것으로 강의를 매듭지으셨습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박경장 교수님 강의의 결론 부분으로 '일본의 위기 한국의 교훈' 부분입니다. 교수님의 육성 강의로 박경장 교수님 심화 강좌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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