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제12호

[성프란시스 글밭] 은반지

by vie 2022. 5. 5.

은 반 지
(17기 독서모임 '한 그루'를 추억하며)

글: 김봉은 (17기 동문)
그림: 신웅 화백



서울역과 인연을 맺은 2008, 횟수로 보니 15년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졌지만 아직까지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은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이분들의 인연으로 나도 성프란시스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더 많은 인연을 쌓고 싶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021년 운 좋게도 성프란시스 17기에 입학하였다. 기뻐하면서도 긴장이 되었다. 17기 동기 분들과 잘 지내야 할 텐데, 그리고 공부하러 왔는데 나의 게으름이 즐기려고만 하는 시간이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17기 동기들과 책 읽는 모임을 하고 싶었다. 수업 전에 한 번 제안을 하였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동기들과 조금 다가가면서 다시 한 번 지나가는 이야기로 책 읽는 모임을 제안하였다. 근데 몇 분이 응답을 하였다. 이렇게 책 읽는 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 이름은 '한 그루'. 한 그루 뜻은 하나의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으며 우리 이야기를 하면서 뿌리를 내린다. 우리 모임이 활성화되면 우리들도 한 뼘 더 자라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이야기하였다.

우리는 왜 독서모임을 하는가?
- 독서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마침 철학을 강의하시는 안성찬 교수님께서 당신이 번역하신 책을 고맙게도 선물로 주셔서 이 책(<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을 선정하게 되었다.

독서모임은 큰 주제를 정하고 소 주제를 개인별로 공부하여 발표하는 토론식 모임이었다. 독서모임 '한 그루'는 카페, 강의실, 야외 모임을 하면서 회원들의 열성으로 윤리 책을 완성지었다.

독서모임을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좋은가?
- 자유롭게 책을 선정하여 읽고 우리들 생각을 이야기하자.
- 고정적인 모임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한 번 모이며 1시간은 생활 이야기 나누고 1시간은 주제에 맞는 토론을 하자)
- 장소를 정하자. (길 카페, 강의실, 남산 야외모임 등)
- 한 사람이라도 모임에 나오면 혼자라도 시간 지키고 독서를 하자.
- 누가 참석하지 않아도 탓하지 말자.
- 17기 전체 모임에서 독서모임을 공개하자.
- 한 달에 한 번 회비를 내고 총무를 정하자.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독서모임 '한 그루'는 출발하게 되었다.

독서모임 '한 그루' 첫 모임은 2021524일 화요일 남산도서관 앞에서 모였다. 첫 모임에서 윤리(<윤리,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이화북스),

다음 책으로 철학(<철학, 최대한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페르난도 사바테르 지음, 안성찬 옮김, 이화북스)으로 계속 모임을 해 나갔다. 철학 책도 안성찬 교수님께서 고맙게도 선물로 주셨다.

독서모임 '한 그루'는 계속되었으나 철학 책을 펴 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모임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임이 중단된 것이다.

하지만 함께 모이지는 못하였지만 독서모임 '한 그루' 회원들은 책을 읽고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가끔 식사 자리도 만들어 가면서 우리 모임을 끈끈하게 이어나갔다.

이제 성프란시스대학 1, 2학기 수업이 모두 끝나고 졸업시간이 다가온다. 독서모임 '한 그루'는 식사 모임에서 이번 모임이 마지막 모임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성프란시스 17기 독서모임 한 그루 기념이 될 만한 추억을 남기기로 하였다. 조금은 촌스럽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회비에 조금 더 보태어 기념 은반지를 만들자고 하였다.

며칠 전 독서모임 총무님이 기념 은반지를 전달해주셨다. 비싸지는 않지만 예쁜 은반지를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였더니 의미 있다, 부럽다는 등 칭찬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서울역에 있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작은 배움의 전당 성프란시스대학 17기 학생들의 소모임 독서모임 '한 그루', 코로나19로 인하여 더 많은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였지만 우리들 가슴에 끼우는 작은 은반지는 우리를 추억하는 시간이 되어 줄 것입니다.


- 17기 졸업문집 <별을 보며 나누는 우리들의 작은 이야기> 중에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