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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9호

[특집] 제70회 서울시 문화상 수상의 의미

by vie 2021. 11. 3.

글/ 강민수 (웹진 편집위원)

올해로 17년째를 맞은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이 지난 10월 26일, 제70회 서울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2년째 코로나로 어려운 상황에서 운영을 이어가고 있기에 더욱 뜻깊은 소식입니다. 성프란시스대학을 후원하고, 길벗이 되어 주시는 구성원분들과 이번 수상이 가지는 의미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

1) 시민들이 주신 상입니다. <서울시 문화상>은 스스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분야별로 단체 또는 일반 시민이 추천한 후 전문가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선정하는 상입니다. 이번 70회 서울시 문화상의 경우 6월 8일부터 7월 26일까지 거의 두 달에 걸쳐 공개 추천을 받았고, 10개 분야에 총 119명이 추천을 받았습니다(올해는 모바일로도 추천을 받으면서 작년에 비해 후보자 수가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개인이 추천하는 경우는 다시 추천된 명단을 온라인에 공개하여 10명 이상 추천 동의를 받도록 하였습니다. 성프란시스대학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수상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천으로 받게 된 상이라 더욱 기쁘고 감사합니다.

2) 선생님들의 글쓰기가 인정받았습니다. 이번에 성프란시스대학이 수상한 부문은 '문학'입니다. 당연히 그동안 서울시 문화상의 문학 부문은 주로 작가나 평론가, 번역가 등이 수상했습니다. 문학 부문에 단체가 수상하는 것은 이례적일 뿐더러, 시민분들이 성프란시스대학 선생님들의 글을 보고 '문학 부문'에 추천해주셨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작년 10월, 지난 15년간 성프란시스대학을 졸업하신 선생님들의 글을 모은 <거리에 핀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어떤 시민분이 성프란시스대학을 문학 부문에 추천해주셨고, 그에 공감한 많은 분들이 이 글들의 가치와 문학성을 인정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즉, 무엇보다 이 상은 글을 쓴 작가인 졸업생 선생님들께 주어진 상입니다.

3) 형식적으로 수여하는 상이 아닙니다. 서울시 문화상은 1948년 제정되어 과거에는 문화예술인에 대해 시상하는 거의 유일한 상이었다고 합니다. 역대 문학 부문 수상자로는 소설가 염상섭, 김동리, 최인훈, 평론가 이어령, 시인 박목월, 구상, 김남조, 조병화 등이 있습니다. 70년간 이어온 역사와 권위를 지키기 위해, 모든 시민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지만 수상자를 선정하는 절차는 까다롭고 엄격합니다. 분야별로 총 6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예비심사위원회에서 최종 수상자의 2배수를 선정하고, 최종 공적심사위원회에서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총 14개 분야에서 추천을 받지만, 모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아닙니다(작년엔 문학 부문의 수상자가 없었습니다). 올해도 14개 분야에서 추천을 받았지만 10명의 수상자만 선정되었습니다. 이번에 성프란시스대학이 문학 부문에서 수상하게 된 것은 문학 및 문화예술 전문 심사위원분들의 폭넓은 지지와 인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4) 실천적 인문학, 실천적 글쓰기가 주목받았습니다. 서울시 문화상 측에서 밝힌 공식적인 선정 이유는 이러합니다. "노숙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과정으로 2005년에 개교하여 현재까지 '자존에 대한 물음과 성찰'을 중시하는 인문학교육 운영을 통해 노숙인 자활을 돕고 있음. 취약계층의 인문학교육 확산에 영향을 미친 인문학의 실천적 활용과 사회적 기여의 모범사례." 성프란시스대학이 인문학과정을 처음 운영할 때만 해도 극한의 '물리적 빈곤'에 처한 분들이 인문학을 배우고, 글을 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회의적인 시선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17년이 지난 지금, 인문학을 통해 이 사회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삶과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을 치유하는 '절실한' 행위라는 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는 17년 동안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헌신하며 힘을 합한 교수진, 실무진, 자원활동가, 후원인들, 그리고 매년 진지하게 인문학과정에 참여하여 분투하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킨 수료생분들의 의지와 노력 덕분입니다.



* 올해 수상자 명단

"올해 문화상은 10개 분야(학술 문학 미술 국악 서양음악 무용 연극 대중예술 문화산업 문화재)에서 10명의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학술 부문에서는 <서울선언> 시리즈 책을 통해 주류의 역사가 아닌 평민, 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춰 도시문헌학이라는 고유모델로 기록하고, 지역답사를 통한 역사·문화를 기록으로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한 김시덕 문헌학자,

문학 부문에서는 노숙인을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문학 과정으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자존에 대한 물음과 성찰'을 중시하는 인문학교육 운영을 통해 노숙인 자활을 돕고 있는 성 프란시스 대학 인문학 과정,

미술 부문에서는 국내 대안공간 1세대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를 20년 이상 기획·운영해 젊고 역량 있는 미술인들을 발굴육성하고 공간창작형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 현장에 기여한 이관훈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대표,

국악 부문에서는 전통성악 경기민요를 기반으로 록, 째즈 등 다양한 장르와 융합한 실험적인 기획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과 현대적 해석을 담은 음악과 공연을 선보여 동시대적 지평 확장에 기여한 이희문 이희문컴퍼니 대표,

서양음악 부문에서는 새로운 공연 형식의 하우스콘서트 열풍을 일으켜 신진 연주자 발굴 및 연주기회 확대, 지역 문화 활성화, 공연문화계의 인식 개선 등에 20년간 기여한 박창수 더 하우스 콘서트 대표,

무용 부문에서는 2007년 창단이래 순수무용과 대중무용의 접목을 통한 양질의 지속적 공연으로 시민의 예술문화 향유에 기여하고 이날치,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작품으로 서울을 널리 알린 김보람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예술감독,

연극 부문에서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등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 제작하고 연극 외에도 오페라, 뮤지컬 등 장르를 넘나들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갖춘 많은 작품으로 공헌한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

대중예술 부문에서는 1995년부터 한국 인디음악의 역사를 함께 써 온 라이브의 산증인으로 대중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홍대 인디음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인디뮤지션들에게 음악의 기회를 제공해온 김천성 롤링홀 대표,

문화산업 부문에서는 배리어프리영화의 제작, 상영, 배급을 통해 시·청각장애인은 물론 노인, 다문화 가정 등 모든 사람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기여하고 우수사회적기업으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김수정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대표,

문화재 부문에서는 <백운화상직지심체요절> 목판본과 <훈민정음 언해본>, 숭례문 현판 등 다양한 문화재를 복원함으로써 전통문화유산 계승 및 전통각자 문화 분야의 교육 확산과 전승에 크게 이바지한 김각한 ()한국전통각자보존회 이사장이 각각 수상한다." 

-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을 빛낸 문화예술인 10, <70회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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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보는 서울시 문화상 수상

서울시 문화상 후보자 추천 포스터
문학 부문 수상, 성프란시스대학의 <거리에 핀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 책이 올라가 있다.
성프란시스대학 곽노현 학장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왼쪽부터 성프란시스대학 곽노현 학장, 다시서기센터 안재금 실장, 박경장 글쓰기 교수

출처: 연합뉴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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