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공길동 (15기 동문)
언제였는지도 모르겠고 어디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여기저기 전국을 떠돌던 나는 어딘가 작은 도시에 머물렀고 하룻밤을 지새우기 위해 어느 허름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카운터를 보고 있는 분은 약간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듯 했고, 이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속으로 이렇게 의사소통이 안 되는데 어떻게 업무가 가능한지 의아했는데, 결국 걱정하던 일이 터졌다. 이 지적장애 아저씨 혼자만 남은 찜질방에 손님들이 들어와 뭔가 말을 거는데..
"아니 왜 이런 사람이 카운터를 보고 있는 거야?" 손님의 투덜거림이였다. 누가 들어도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그 장애인 아저씨는 열심히 뭔가를 설명하고, 이를 하나도 이해할 수 없는 손님은 어이없어 했다. 난 속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난감했다. 장애인 아저씨는 아저씨대로 안쓰러웠고, 손님은 손님대로 그 답답함이 이해가 됐다. 여기서 문제라면 아무리 장사를 건성으로 해도 그렇지.. 말도 안 통하는 장애인을 혼자 둔 찜질방 사장의 잘못일 것이다.
뭔가 알 수 없는 무거운 마음을 안고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손님과의 실갱이를 끝낸 그 장애인 아저씨가 취침실로 들어와서 자리에 눕는다. "이 아저씨는 설마 집도 없어서 여기서 기거하는 건가?" 그러거나 말거나 잠이나 자려고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아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아저씨가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왜 부르는 건지 호기심이 생겨서 아저씨 쪽으로 갔는데,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자기 뺨에 대고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누워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이 상황이 뭔지 이해가 안됐다. 왜 내 손을 자기 뺨에 갖다 대고, 또 그걸 좋아하는 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깨달았다. "아.. 이 아저씨는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구나. 애정결핍 때문에 생전 처음 보는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한 거구나. 도대체 그동안 살아오면서 얼마나 외로웠던 것일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 아저씨에 대한 측은함보다는 인간이란 동물은 결코 홀로 충만할 수 없는 이토록 의존적이고 나약한 존재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감이 몰려왔다. 사람은 단 한 시간의 수다를 떨기 위해 천리길을 걸어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한다.. 이 불쌍한 아저씨를 보고 있자니 과연 인간에겐 인간이 절실히 필요한 거 같았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사람은 오직 다른 사람들과의 애정 어린 관계를 통해서만이 구원을 얻는 것이 맞다면, 도무지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이 장애인 아저씨에게 구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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