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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정 발자취/2020년 16기

16기 자원활동가 김용극 선생님 글 (다시서기 소식지)

by vie 2020. 11. 11.

 

 

가능성에서 확신으로(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김용극
(거리노숙인 아웃리치상담원 및 성프란시스대학 자원활동가)

막연하게 시작했던 홈리스 봉사 활동은 벌써 4년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첫 시작은 서울역 거리 노숙인들을 위한 야간 아웃리치 활동이었습니다. 노숙인분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복지서비스 안내도 하고, 응급구호 활동도 하며 거리 선생님들과 함께 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을 피부로 느끼며 ‘단순 서비스 안내 말고 좀 더 거리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안내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중 저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노숙인이 인문학을 배운다?

평소 저는 노숙인이 자활을 하려면 스스로 일을 해서 돈을 벌거나 아니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되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노숙인이 인문학을 배운다는 것이 생소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인문학 공부가 진짜 노숙인에게 도움이 될까?’ 의문을 갖고 시작한 성프란시스대학 자원활동입니다.
처음 놀란 건 성프란시스대학의 높은 교육 수준이었습니다. 저도 대학원을 다니며 수많은 토론식 강의를 수강해 왔지만 이와 다르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 이유를 보니 인문교육이 단순히 거리 선생님들의 지식을 끌어주는데 그치지 않고 소크라테스 교수법에 의거, 선생님들의 각자의 삶 속에서 체득한 경험을 존중하고 그 경험을 통해 진리를 추구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수업 방식은 선생님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눔으로 혼자가 아닌,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였습니다.

능동적 탈노숙

제가 생각하는 탈노숙은 단지 ‘잠자리를 갖는 것’ 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막역하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기회(일자리 지원, 주거지원)만 바라도 탈노숙할 기회를 갖는 ‘수동적 탈노숙’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자기 삶의 변화 가능성을 스스로 주도하는 ‘능동적 탈노숙’이 필요합니다. 인문학 수업은 이러한 능동적 탈노숙이 가능하도록 자기주도권을 찾아가고 관계 형성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확신으로 가는 길

또한 제가 경험한 성프란시스대학은 놀라운 잠재력을 가지고 인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배움의 즐거움, 함께한다는 것, 목표했던 졸업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 등 성프란시스대학에서의 경험은 수강한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삶과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있어 좋은 촉매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거리의 노숙임이라는 과거의 허물을 벗고,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세상 속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한 영향력이 되어 지금도 거리에 머물면서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또 다른 선생님들에게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확신을 주는 길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조건

저는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이웃으로 변화해 가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좀 더 표현하자면 단순히 인문학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정체성을 잃어가던 인간 실존의 영혼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동시에 참된 인간으로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실제로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저서 『인간의 조건』을 통해 ‘인간의 조건은 노동과 작업과 행위’ 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볼 때 인문학은 단순한 지적유희를 넘어 삶의 행동을 실현하는 ‘인간됨’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변화의 중심, 성프란시스 대학

앞으로 만나야 할 선생님들도 많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진정 그들을 이웃으로 생각한다면, 분명 그 안에 잠재된 변화의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중심에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이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또 확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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