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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핀 시 한 송이 글 한 포기> 한겨레 기사

by vie 2020. 10. 16.

www.hani.co.kr/arti/culture/book/966000.html

 

“날 아끼고 사람을 덜 분리하고…이런 거 생각이나 해봤던가”

노숙인 인문학 과정 성프란시스대학, 수강생 글 묶어 발간 자기혐오·고립감 떨치고 사람·사회로 나아가는 과정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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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서 정성스럽게 써주신 기사입니다. ^^

그렇게 토해낸 글 가운데 수작 167편을 골라 이 책에 실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초등학교만 마친 이부터 6급 공무원을 지낸 이까지 교육받은 정도도 살아온 궤적도 다르지만 글에 공통적으로 묻어나는 건 지독한 자기혐오와 고립감이다.“두 눈을 꼭 감고 거울 앞에 섰다. 실눈을 뜨고 살짝 보려다가 곧 다시 감고 만다. (…)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럽고 추하지는 않을까. 온통 일그러진 모습이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내 스스로를 볼 수 없게 만든다.”(서○미 ‘거울 앞에서’) “남들이 누운 주검이라면/ 나는 정사각형 관에/ 무릎을 꿇려/ 묻히거나 태워지고 싶다”(권일혁 ‘자살회상’) 평생 한뎃잠을 잤으면서도 무릎 꿇려 묻히고 싶다는 시구에서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죄책감이 읽힌다.자기혐오로 세상으로 난 문을 닫아건 이들을 고립감이 옭아맨다. “내가 성프란시스대학에 온 것이 무엇을 배우기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그리워서 왔다고 한 게 정답이겠지요. 더 이상 혼자 있다간 벙어리가 될 것 같았어요. 근 2년 동안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했어요.”(고 전태선 ‘내 이야기 들어볼래요?’) “반가운 마음에 덥석 잡았다/ 자세히 보니 ○○세무서/ (…) / 덕분에 나도 아직 대한민국 사람인 걸 알게 되는구나/ 막걸리가 살짝 달달해졌다”(이경로 ‘편지’). 주민세 독촉장에서 온기를 느낄 만큼 소속감을 애타게 갈구했음이 느껴진다.그렇게 바스라지던 이들을 인문학이 적신다. 문학·예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현 상황을 직시하도록 돕고, 배움의 길에 동행할 벗을 ‘심어’ 민들레 꽃씨처럼 쓸쓸히 나부끼던 이들에게 ‘화단’을 선물한다. “그렇게 실눈이라도 뜨려 애쓸 때, 예술사 수업에서 만난 여러 사람의 자화상들. 그 우연한 만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두 눈을 크게 똑바로 바라보는 것밖에 없음을 안다. 바로 볼 수 있어야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서○미) “강화도에 갔던 날, 그 불편함과 뒤섞인 설렘은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소풍을 떠나는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 나를 덜 미워하고, 사람들을 덜 분리하고, 이런 거 생각이나 해보고 살았던가.”(김연설 ‘고상한 삶’) “수많은 칼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 / 하나같이 날이 빠지고 녹슨 모습/ 칼날엔 슬픔과 증오가 교차하고/ 지나온 시간의 고됨과 아픔이 베어 있다/ (…) / 증오와 슬픔의 눈빛은/ 어느새 온화한 눈빛으로 활기차 있고/ 자신의 쓰임을 다하기 위해 갈고닦기를 시작했다”(박은철 ‘칼’). 저녁을 제공한다는 말에 혹해 입학한 이도 나올 땐 사람에 대한 굶주림을 채워 나온다. 학기 중 갑자기 세상을 떠난 벗을 추모하며 한 수강생은 이렇게 썼다. “나는 약했지만 형이 있어 강했어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66000.html#csidx5e736e4aedf5ce7b604c45dd11f85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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