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제6호6 [성프란시스 글밭] 봄 봄 글: 유상욱 (16기 졸업동문) 그림: 신웅 화백 마당에도 장독대에도 기왓장에도 아지랑이 피어나 눈길 주니 아른아른 신기루들 안녕 인사하네 정수리가 따가움을 드리우면 처마 밑 그림자 우릴 보고 손짓한다 따스하고 포근한 엄마 옆에 누웠더니 나 따라온 봄 이도 나랑 같이 스르륵 꿈속으로 스며드네 2021. 4. 25. [역전칼럼] 여름이 저무는 소리 박경장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지난 3월 초순 아직 봄꽃도 피기 전인데 라는 책을 택배로 받았다. 포장을 뜯으니 책은 리본매듭을 한 노끈으로 묶여 있었다. 보낸 이의 정성을 느끼며 나는 조심스럽게 노끈을 풀었다. 돌돌 말린 주먹을 펴듯 책 표지 위에서 화사하게 빛나는 보랏빛 별꽃 ‘꽃마리.’* 2년 전 3월 초순, 나는 온몸을 얼어붙게 하는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가 새벽의 별처럼 빛이 되었습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문자를 찍었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있다면 신은 천벌 받을 것이오. 안 돼.” 하지만 어떤 대목이 마음에 걸렸는지 나는 그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 대신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두 부부는 서로 신뢰하고 사랑.. 2021. 4. 25.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