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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8호6

[역전칼럼] 와카레노 타비 (別れの旅) 박경장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2학기 글쓰기수업은 시 읽기와 시 쓰기다. 매주 시 한 편씩을 암송하는데, 이건 숙제로 내준다. 수십 년 만에 펼친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눈이 빠질듯한데 시까지 외우라니 얼마나 머리가 지끈거렸을까. 그런데도 2015년 11기 선생님 중 유일하게 10여 편 시를 다 외운 분이 ‘개구리 왕눈이’ 최인호 선생님이었다. 다소곳한 자세로 큰 눈을 지그시 감고 바르르 떨리는 입술로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를 암송하던 초겨울 후암동 교사. 턱 그늘 괴고 한줌의 눈물을 백열전구 불빛에 던져주며 우리는 .. 2021. 9. 1.
[길벗 광장] 형제복지원, 동부시립병원 무의탁환자 병동, 그리고 성 프란시스 대학 김동훈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1987년 어느 날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형제복지원 사건은 자신을 방어할 수단이 없는 소위 ‘부랑자’들에게 국가 권력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굳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아주 옛날부터 집이 없어 길거리에서 유랑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권력자들에게는 몹시 골칫거리였을 것이다. 한데 잠을 자면서 악취를 풍기고 구걸하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고픈 것이 자신의 훌륭한 치세를 과시하고픈 모든 왕이나 황제들의 바람이었을 것이다. 한자어로 유랑(流浪)은 파도처럼 이리저리 흘러 다닌다는 뜻을 지닌다. 그러니까 유랑민은 사실은 멀리 완전하게 다른 곳으로 가지도 못하고 그저 하루라도 눈비.. 2021. 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