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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

필사, 내 의지의 결과물

by vie 2022. 9. 21.

필사, 내 의지의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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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시스대학을 알게 된 것은 입학 전 코레일에서 일하고 있을 당시였다. 작업반장님이 성프란시스대학에 입학해보는 것은 어떠냐?” 권유하셨다. 당시 나는 글쓰기나 철학 같은 것을 배운다는 것에 막연한 흥미가 있어서 지원했고 얼떨결에 합격이 되어서 성프란시스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성프란시스대학에서의 1년을 돌아보면 1학기 때가 많이 아쉽다. 그 당시, 집안일로 힘들어서 술에 의지를 많이 했다. 그래서 수업에도 많이 참여하지 못했는데, 그럴 때 주호 형, 일웅 형, 정 실장, 하나 샘이 옆에서 지켜주고 붙잡아주셨다. 특히 주호 형과 많이 대화하면서 내가 힘들다고 하면 언제든지 상담해줬다. 그래서 주호 형한테 가장 고맙다. 주호 형한테 많이 의지했고 인문학을 배우는 동안 더 가까워지고 더 친해진 계기가 되었다. 항상 주호 형한테 도움만 받은 것 같은데 형이 힘들 때, 내가 형한테 의지한 것처럼 형도 나한테 의지했으면 좋겠다. 1학기는 아쉽기도 하지만 그럴 때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1년을 무사히 마친 것 같아서 감사하다.

여름방학 때 오하나 선생님이 이끄는 글쓰기 조에 참여했다. ‘이 글쓰기 모임이 아니었다면 나한테 새로운 목표가 생겼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인문학을 들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글쓰기이다.

그중에서도 오하나 선생님이 수업 때마다 강조한 필사는 특히 잊을 수 없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필사 덕분에 알게 되었다. 처음 필사를 할 때는 30분 쓰는 것도 벅찼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과정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글을 쓰는 데 공포심이 많이 사라졌고 펜을 처음 잡아보니 감회도 새롭고 점점 어색함이 사라짐을 느꼈다. 필사는 글쓰기에 공포심을 가졌던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심심할 때마다, 잠이 안 올 때마다, 필사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필사를 하다 보니 나중에는 손가락 검지에 굳은살이 박인 것을 보고 뿌듯하기도 했다. 또 하루의 필사를 마친 공책을 한 페이지씩 다시 넘겨볼 때마다, 지겹기도 했지만 내가 완성해가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필사가 있었기에 글쓰기 수업이 점점 재미있어지고 기억에도 남는다. 내가 뭔가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예전에는 지하철에서 누가 뭐를 쓴다는 것이 그저 부러웠다. 그런데 글쓰기 수업 때 마구 쓰기시간이 있어서 나도 무엇을 쓴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나도 쉴 때나 할 일이 없을 때 글 쓴다는 것이 좋다. 인문학 과정을 통해 많이 배워서 모든 사람에게 고맙지만, 특히 오하나 선생님한테 감사하다. 필사 모임 때마다 들들 볶았지만 글쓰기 공포심을 없애주셨기에 감사하면서 웬수지만 감사한 웬수. 지금은 중국에 가 계시지만 보고 싶고 언젠가는 같이 밥 먹고 싶다.

인문학 수업은 끝났지만, 필사는 계속할 생각이다. 필사하면서 한글을 알게 되고 띄어쓰기, 맞춤법을 알게 됐으니, 이젠 내 아들한테도 글자를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문학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지금 일하고 있는 직장에서 부지런히 돈을 모아서 임대주택에 들어가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다.

처음 굳은살이 박였지만 내 의지의 결과물인 필사를 알게 해준 것과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 성프란시스대학에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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