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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제19호13

[성프란시스대학 글밭] 계단이 흐른다 계단이 흐른다. 한상규 (인문학 19기) 붉은색 같기도 주홍빛 같기도 한 촘촘히 쌓아놓은 계단이 파란 도화지에 흐르고 있다. 어느 날 비 온 뒤 더 파래진 숲 사이로 더 파란 하늘을 보았다. 그 숲을 하나씩 하나씩 스쳐 지나가는 나무의 향기와 들꽃의 산들거림을 보며 인사를 하다가 올라가는 길은 층계도 없는데 고즈넉하기만 하다. 올라가는 길은 점점 힘들어지고 땀은 방울방울 세수라도 한 냥 맺혀지는데 계단은 보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꾸역꾸역 올라가는 길 중간 흐른 냇물에 발 담그고 파랬던 숲도 살짝 어둑해지는 터널을 지나오는 바람에 땀 식히며 올라간다. 어둑해지는 터널이 점점 빛으로 밝아지고 터널을 지나오는 바람보다 더 세찬 바람이 불어올 때쯤 머리를 다 밀어버린 옆 방 아저씨 같은 꼭대기가 그 빛을 반짝.. 2023. 11. 13.
[성프란시스대학 글밭] "연인이여, 이제 우리도 헤어질 결심을 하자" "연인이여, 이제 우리도 헤어질 결심을 하자" - 나의 연인에 대한 애끓는 고백과 성프란시스대학에서의 1년 최경식 (인문학과정 18기)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난 술 때문에 많은 걸 못한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극심한 반발심으로 마시기 시작한 술이 평생을 이어져 왔으니. 나이 60 넘으면서 노가다도 힘들고 해서 경비직으로 돌았는데 경비직도 1년이 멀다 하고 짤렸다. 언제나 술이 문제였다. 앞뒤 안맞는 말 같지만 아직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술이라도 마시는거라고 자위해 가며 마셨다. 취하면 소주병을 상대로 얘기를 나누기도 했고, 전봇대 앞에서 전봇대와 얘기를 나누다가 신발을 가지런이 벗어 앞에 놓고 전봇대에 기대 잠이 들기도 했다. ‘넌 정말 내 평생의 반려다. 너 없.. 2023. 11. 13.
[인물 인터뷰] 프란치스코 성인을 생각하며 김용극 목사님과 함께 글/ 이현아 인터뷰어/ 이현아/박석일 인터뷰이/ 김용극 목사(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아웃리치 상담워,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자원활동가) 오늘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나눌 분은 김용극 목사님이십니다. 김목사님은 지난 6년 동안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 아웃리치 상담원 역할을 해주셨고,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에서 16기부터 19기까지 자원활동가로 활동해 주셨습니다. 금년 목사 안수를 받으시고 목회직을 준비하시는 김목사님으로부터, 이러한 활동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를 통해 김목사님의 경험을 우리 독자 분들과 공유해 보았으면 합니다. Q: 김용극 목사님, 어서 오세요! 오늘 목사님 모시고 목사님이 경험하신 다시서기 아웃리치 경험과 인문학 자원활동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습니다. 먼저 목사님의 짧은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 2023. 11. 13.
[성프란시스대학 동문 소식] 고 최중겸 선생님 추모사 내가 기억하는 허당(최중겸) 이상은(인문학과정 11기 학무국장) 최중겸 선생님과의 첫 인연은 2014년 10월이었습니다. 꽃게잡이 배에서 일하던 중 쓰러졌고 결핵 판정을 받아 보라매병원에서 3개월을 입원 후 갈 곳이 없어 처음으로 서울역에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결핵으로 마른 몸에 처음 노숙을 경험하시는 분들이 으레 그렇듯 불안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간단한 초기 상담과 함께 안내로 끝난 첫 만남은 저에게는 일상의 한순간이었고 다른 대상자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었는데 이 인연은 2015년 성프란시대학 인문학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허당’은 성프란스대학의 오리엔테이션에서 별명 짓기 작업에서 최중겸 선생님이 직접 지은 별명입니다. 다음카페 성프란시스대학 11기 까페에 적힌 자기소개에는 ‘이름은 .. 2023.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