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14기 졸업생인 오창식 선생님께서 지난 8월 12일 별세하셨습니다. 인문학과정에서 남기신 故 오창식 선생님의 글을 올리면서 故 오창식 선생님을 추모해 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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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故 오창식/인문학14기
좋겠다. 14세의 어느 여름날, 아이들과 신나게 수다 떨며 지내던 어느 날, 선생님의 부르심에 교무실로 가서 들었던 한마디 ‘죽음’. 아버지의 죽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게 울렸던 단어 ‘죽음.’ 이젠 듣고 느끼고 마음 다잡을 수 있는, 그때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된 지금, 누가 다시 한 번 들려줬으면 좋겠다. ‘죽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좋겠다. 스무살 중반, 영업으로 바빴던 어느 날. 친구와 함께 거래처로 가서 물건을 내려놓고 퇴근하던 어느 날. 그날따라 시간이 더디게 갔고 짜증이 많이 났었다. 겨우 납품이 끝나 집으로 돌아가다가 우린 넋이 나갔다. 그날이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던 그날. 나와 그 친구는 생사의 기로에서 살았다고 환희에 젖었던 그날이었다. 그러나 나와 내 친구와 마주쳤던 그들은. . . 같이 살았다면. . .그래서 이처럼 옛날 이야기인 양 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좋겠다. 사십대 중반 어느 날, 햇병아리 같던 요양사시절. 아줌마 틈 안에서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는 핀잔과 걱정 사이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한 어르신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행동이 마치 어머니 같았던 푸근함. 그랬다. 그곳은 치매 어르신들이 계신 요양원이었다. 그곳에서 울고 웃으며 마치 어린아이와 같이 지내는 것만 같았던 어느 날. 그 어르신은 그곳이 좁다고 더 넓은 곳으로 가셨다. 지금 나는 일을 쉬고 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 천진난만한 어르신과 같이 어울리며 지냈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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