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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발간

교육의 빈곤

by vie 2020. 7. 29.

다시서기센터의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숙인들이 평균적으로 교육받은 기간은 6년이라고 한다. 물론 평균이기 때문에 그 편차가 있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노숙인의 성장과 교육 환경을 짐작할 수 있다. 얼 쇼리스가 말한 '훈련'과 '교육'의 차이가 노숙인들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성장기의 '교육' 환경이 성인이 됐을 때 맞는 위기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해 준다.

 

현식(가명, 39세) 씨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으나 극심한 가난으로 인해 가족으로부터 버림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가족들 품으로 돌아왔지만 가난이라는 경제적 상황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던 탓에 현식 씨는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부모님이 현식 씨의 학교생활에 아무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현식 씨 역시 학교를 결석하는 일이 잦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나서 현식 씨는 두 번째로 버려지는데, 이때 가족이 해체된다. 살아남기 위해 각자 흩어지기로 한 것이다. 현식 씨는 몇몇 고아원을 돌아다녔다. 이 과정에서 현식 씨는 학교생활에서 더욱 멀어졌고,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아원을 나와 서울에서 신문을 팔거나 구두를 닦는 등 생계를 위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아동보호소를 전전하는 상황이 반복됐고, 현식 씨는 그렇게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된다.

 

체격이 건장한 현식 씨는 젊은 시절 사출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관리직으로 진급한다. 그런데 그는 초등교육과정을 원만하게 이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관리자로서 해야 할 각종 문서 작업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자존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닌 척했지만 결국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그는 스스로 직장을 떠나게 되었다. 이러한 이직은 당시 현식 씨의 삶에 매우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었다. 단순 업무는 손쉽게 익혀 빨리 능력을 인정받았으나 그 이상은 어려웠다. 그는 교육을 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오직 살기 위한 훈련만을 해 왔을 뿐이다. 최종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무학이나 다름없었다.

 

현식 씨에게는 사회 문화를 학습한 경험이 전무했다.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셈을 하거나 읽고 쓰는 능력만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문적 교양이다. 예컨대 신문기사의 제목만 해도 그 안에는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암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글자만 읽는 차원이 아니라 글자가 포함하는 여러 의미를 이해하는 차원에서 기사를 읽는다. 이와 같은 사회 문화에 대한 학습은 교육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가난함'으로 인한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사회 문화에 대한 교육도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저 단순히 사회 문화에 대한 교양이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 문제로 인해 외로운 섬처럼 고립된 존재가 되고 만다.

 

<거리의 인문학>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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