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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소식

16기 이용은 선생님의 추모시 '동행'

by vie 2020. 12. 22.

매년 동짓날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돌아가신 홈리스분들을 추모하는 홈리스추모제가 진행됩니다.
2020년 홈리스추모제 신문에 16기 이용은 선생님이 추모시('동행')를 기고하여, 추모의 마음을 함께하였습니다. ^^

 

<동행>
 
                                  이용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빵 하나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에
만족하던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처럼 갈라진 손
무관심한 마음들처럼 흐릿한 눈
멸시와 수모에 구부정한 등
짊어진 궁핍이 전부였던 이여 

보고 싶지 않습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내 작은 상처 돌보느라
내 식탁에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사회면 기사 한 줄 보듯
지나쳤던 기억이 아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시에 갇힌 외로운 섬
차디찬 모퉁이에조차
편히 눕지 못하고 떠난 이여 

고백합니다
밥을 주었지만, 밥상을 마주하지 않았고
나와 같은 사람임을 생각지 않았으며
기쁨, 슬픔을 진심으로 동감하지 않은 채
외면한 이 못난 사람이
진정 가난한 영혼이었음을 

겨울보다 더 시린 마음으로
빈곤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떠난 이여 
위로받지 못한 당신의 넋을 기리고자
장미꽃을 바칩니다 

낮아지고 더 낮아져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동행하고자 합니다

 

컬러_홈리스뉴스_84호12월호_201208.pdf
1.50MB


youtu.be/2ptkfIR6E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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