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동짓날 서울역 광장에서 거리, 시설, 쪽방, 고시원 등에서 돌아가신 홈리스분들을 추모하는 홈리스추모제가 진행됩니다.
2020년 홈리스추모제 신문에 16기 이용은 선생님이 추모시('동행')를 기고하여, 추모의 마음을 함께하였습니다. ^^
<동행>
이용은
보고 싶지 않습니다
빵 하나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에
만족하던 모습
보고 싶지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처럼 갈라진 손
무관심한 마음들처럼 흐릿한 눈
멸시와 수모에 구부정한 등
짊어진 궁핍이 전부였던 이여
보고 싶지 않습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내 작은 상처 돌보느라
내 식탁에 하나라도 더 올리기 위해
사회면 기사 한 줄 보듯
지나쳤던 기억이 아파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도시에 갇힌 외로운 섬
차디찬 모퉁이에조차
편히 눕지 못하고 떠난 이여
고백합니다
밥을 주었지만, 밥상을 마주하지 않았고
나와 같은 사람임을 생각지 않았으며
기쁨, 슬픔을 진심으로 동감하지 않은 채
외면한 이 못난 사람이
진정 가난한 영혼이었음을
겨울보다 더 시린 마음으로
빈곤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떠난 이여
위로받지 못한 당신의 넋을 기리고자
장미꽃을 바칩니다
낮아지고 더 낮아져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동행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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