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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정 발자취/2013년 9기

9기 자원활동가 박윤희 선생님 글

by vie 2020. 11. 12.

받은 것이 많았던 1, 모두 감사합니다

박윤희/자원활동가

 

처음 성프란시스 대학을 알았던 것은 한 신문기사에서 노숙인과 인문학의 만남이라는 제목이었던 것 같아요. 이 기사를 읽고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이 신기했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특히 학문을 통해서 노숙인들이 자립한다는 것이 사실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당장 인터넷에 성프란시스 대학을 찾아봤고 마침 자원활동가 모집을 한다는 글을 보고 담당자인 정경수 국장님한테 연락을 하여 간단한 면접을 보고 자원활동가가 되었습니다.

자원활동가로서 첫 수업에 참여하는 날은 선생님들을 처음 뵙는 날이라서 매우 떨었습니다.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들을 들키는 것은 아닐까 해서 긴장했지만 긴장한 모습을 어떻게든 숨기고자 최대한 밝게 보이고자 했습니다. 처음에는 선생님들과 마주하는 자리가 어색하고 긴장되었지만 점차 매주 수업을 같이 들으면서 어색함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가끔 일찍 와서 저녁식사를 하면 선생님들과 짧지만 조금이라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밥 많이 먹으라면서 항상 밥을 많이 주시는 선생님들에게 선생님, 저는 다이어트 때문에 많이 못 먹어요.” 라고 말하며 밥을 덜어 먹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지금 괜찮은데 무슨 다이어트를 하냐.” 하면서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들, 식사하면서 선생님들과 소소한 얘기를 하는 시간이 너무나 감사했어요.

자원활동가이긴 하나 무슨 역할인지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마음속에 항상 생각했던 것은 선생님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아셨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제게 더 많은 관심을 주셨던 것 같습니다. “윤희샘, 이거 받아요.” 라고 말씀하시면서 주신 선물들, 아프거나 시험 때문에 못나오는 날이 있으면 윤희샘 보고 싶었어요. 잘 지내죠?” 하면서 건네주신 말 한마디가 저에게는 너무나도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매주 강의실에 오던 길은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편안해졌습니다. 선생님들이 아닌 서울역에 있는 노숙인들을 보는 눈빛도 예전에 비해 무서움이 많이 사라진 것 같습니다.

1년 동안 자원활동가로서 성프란시스 대학에 참여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넓어졌다는 것과 글쓰기에 조금은 두려움이 사라진 것입니다. 인문학 강의와 여름방학 때는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 것에 감사합니다. 예전에는 글 쓰는 것에 대해서 막연하게 그냥 싫고 귀찮고 두려운 마음이 커서 글을 거의 안 썼어요. 지난 1년 동안 매주 수업과 글쓰기 모임을 통해 좋던 싫던 글쓰기는 꼭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생님들과 같이 숙제를 하면서 점점 잘 쓰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또한 2학기 동안 매주 글쓰기 수업 때 시를 감상하면서 예전에는 시를 왜 보지?’ 하는 마음이 컸지만 점차 시를 보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치유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과 같이 1년을 보내면서 선생님들의 삶을 100퍼센트 다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선생님들의 얘기에 공감하고 아파하며 점차 저의 관계의 울타리가 넓어짐을 느꼈습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 저는 제 얘기만 하고 다른 친구들 얘기를 잘 안 듣고 했는데 자원활동을 하면서 많이 부족하지만 선생님들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의 얘기에 잘 공감하지 못했는데 선생님들과 지내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이해심이 생겼고 저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것들에 대해서 더 넓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프란시스 대학은 제가 몰랐던 것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주었고 준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쉽습니다. 이제야 선생님들과 장난치고 농담도 하면서 편해졌는데 강의실에서 선생님들을 뵐 날이 없다는 것이 정말로 아쉽지만 이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선생님들과 웃는 얼굴로 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졸업을 앞둔 선생님들 모두 새 출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걸음에서 큰 두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디 두려워 마시고 선생님들이 인문학을 배우면서 얻었던 의지를 가지고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선생님들과 연락하며 지내기를 원합니다.

지난 1년간 수고 많으셨고 저에게도 잊지 못할 1년을 주신 선생님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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