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박 경 장(성프란시스대학 글쓰기 교수, 문학평론가)
당신의 잠자리는 어떤가요. 침대에 욕실과 화장실까지 딸려 있나요. 주방과 거실은 널찍합니까. 혹시 1인 가구 최소주거면적이 법으로 정해져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2011년 12㎡에서 14㎡로 개정돼 현재까지 유지 중인 1인 가구 최소주거면적에 관한 법률. 14㎡는 약 4.2평으로 화장실이 있으며, 최소한의 가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입니다. 4인 가구라면 16.8평으로 방 2에 욕실과 주방 겸 거실을 갖춘 공간이 1 가구 최소주거면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2015년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8.2%의 가구가 최소주거면적보다 작은 공간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서울의 쪽방촌과 고시원이지요. 이 두 주거시설은 거리노숙 혹은 시설생활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주거생활을 영위하려는 이들의 첫 발판이며, 거리노숙이라는 극단적 주거빈곤 형태로 떨어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마지막 발판입니다. 말이 좋아 고시원이지 쪽방과 별 다를 것 없이 둘 다 2평 남짓으로 머리만 겨우 누일 수 있는 잠자리지요. 화장실과 샤워실은 한 층 또는 한 건물에 하나밖에 없는 공용시설입니다. 교도소 독방이 2.5평에 변기까지 딸려 있으니 그보다 못한 셈이지요.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시설생활을 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쪽방이나 고시원에 삽니다. 자활근로 60만원 월급에서 월세로 20여만 원을 지불해야 하지만 선생님들에게 이 좁디좁은 공간은 특별한 ‘나만의 공간’이에요. 이를 발판 삼아 선생님들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희망원룸이나 그룹홈으로 한 계단 더 올라가기를 꿈꿉니다. 시설을 탈출해 나만의 잠자리를 갖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쉼터, 가로8줄 세로7줄 침대16칸 꽉 찼다.”
“TV 소리, 이 갈아대는 소리, 코 고는 소리, 뒤척이는 소리, 스마트 폰 소리, 밖에서 웅얼웅얼 대는 소리들의 합창 속에서 잠이 든다. 여기는 게토(Getto)다.”
“주머니에 돈이 조금 생길 때면 다방(약 3,000원), 만화방(약 4,000원), 사우나(약 6,000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2006년 나만의 잠자리가 생겼다. 성공회 다시서기센터에서 자활을 해서 작은 고시원 방을 얻게 된 것이다.”
“나의 잠자리는 내 걸음으로 가로 세 걸음, 세로로 여섯 걸음밖에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지만 바로 이곳에서 오늘도 하루의 피로를 풀며, 마음을 닦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줄자 꺼낸다. 너 몸 좀 재볼까 하고. 뭐, 창피하다구? 뭐가 창피하니? 폭 160, 길이 210, 높이 240. 높이 달린 봉 창문 높이 28, 넓이 67, 그게 너한테는 눈이요 나한테는 공기구멍, 유리 두 장을 한쪽으로 몰아서 너는 눈이 하나밖에 없어. 전기 스위치를 켜야 환하게 밝아오는 방. 나 아니면 너는 항상 어둠의 세상이야. 나한테 고마운 줄 알어. 알지?”
“혼자 기분을 내며 막걸리를 먹노라고 방 가운데에 술 한 병을 놓고 순대 1인분까지. 잔을 펴고 앉아 양팔을 쭉 벌리면, 여전히 각각의 손목 하나 정도의 공간은 남을 만큼의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이다.”
양팔을 벌려 손목 하나 남는 잠자리가 비교적 여유 있는 공간이라니! 어떻게 그런 여유로운 공간감이 생길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의 등짝이 역사 바닥의 박스 집과 게토 같은 쉼터 잠자리를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구하나 찾아주지 않는 ‘빈방’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내 없는 방은 커 보인다”고 했던가요. 행여 벌레라도 한 마리 찾아주면 반가운 쪽방과 고시원.
존재에 대한 생각
김 휘 철
바퀴벌레 한 마리 꼬물꼬물
탁!
그릇으로 엎어버렸다
꽉!
얼어버린 작은 생명
하나
어떡하고 있을까
사알짝 들었다
미동도 없던 하찮은 것이
무슨 일 있었냐는 듯
알 수 없는 제 길로다
바쁘게 간다
뭐가 다를까
너랑
나랑
바퀴벌레랑
(2020년 9월 28일 <빗물 그 바아압> 텀블벅 펀딩 홈페이지에 올려 드린 박경장 교수님의 글입니다. 사이트를 링크하는 것보다 여기서도 읽으시는 게 나을 것 같아 전문을 그냥 실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