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제26호
[성프란시스대학 글밭] 찬란한 기쁨
성프란시스
2025. 1. 21. 17:09
찬란한 기쁨 권일혁/인문학 4기
아픈 몸을 뒤척이다
젖 먹던 힘 다해
수상한 밥 한 숫가락 물에 말아
그릇 바닥에 말라붙은 김치와 먹는다
찬란한 외로움은 순간이지
그딴 것도 사치다
혼자 있을 때 아픈 것
숫가락이 무거울 정도로 아플 때
쌀 봉지를 뻔히 쳐다보고 있는 찰나의 순간
찬란한 고독의 순간이지
이것도 사치다
쌩쌩 부는 찬바람의 한파 속에 신문지 한 장
전날 마신 깡소주에
담배꽁초가 무거울 정도로 뒤틀린 탈진
물 한 모금이 간절히 필요한데
지하철 소방호수 꼭지까지
기어 갈 최후의 힘도 다 소진되어
찢어지고 짓밟힌 병든 쥐새끼로 헐떡거리는 그때
눈치 빠른 노숙인이 종이컵에 물을 따라 왔을 때
그 거룩한 손 찬란하고 찬란한 신비의 종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