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제25호
[인문 인터뷰] 배준이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학무국장
성프란시스
2024. 11. 25. 11:10
글: 김혜진
인터뷰어: 김혜진
인터뷰이: 배준이 /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 학무국장
오늘은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어요' 라는 인문학과정 20기 백준이 학무국장님과 인터뷰를 가지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국장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시서기 센터에서 성프란시스대학 20기 인문학과정을 맡고 있는 배준이 학무 국장입니다.
Q: 다시서기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계시면서 인문학과정 학무국장을 맡게 되셨는데 처음에 어떻게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시작하시게 되셨나요?
A: 어릴 때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특별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선택했던 건 아니에요. 미래를 생각했을 때 고령화시대가 오면 사회복지가 유망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회복지를 선택했는데 공부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싶어서 1급 자격증을 땄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예전부터 연민의 감정을 많이 느끼곤 했어요. 그렇게 자격증을 따고 첫 직장으로 인천에 있는 미추홀 종합복지관에서 노인 관련 파트를 맡아서 3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사회복지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지는 않았어요. 복지관 일은 대상자분들을 정신적, 물질적으로 직접 돕는 일보다는 서류 작업이 너무 많아서 3년 동안 일을 하면서 이게 내가 원하는 사회복지 일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어요. 저는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노하우가 생기려면 3년은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제가 현장에 가서 하고 싶었던 사회복지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Q: 현장 업무일을 하고 싶으셨다고 했는데 사회복지사로서 어떤 일을 하고 싶으셨어요?
A: 저는 그 분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 분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나 필요로 하는 일들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말씀해주시면 제가 그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해드리고 함께 풀어 나가는 일들을 하거나 원하시는 일들을 성취해 나가는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첫 직장에서는 도시락 제공이라든지 짜여진 프로그램 안에서 정해진 작업들을 하거나 의무적으로 일주일에 한번 정해진 상담만을 했었기 때문에 좀 더 다른 일들을 하고 싶었어요.
Q: 대상자 분들과 일대일로 만나면서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현장 활동을 하고 싶으셨군요. 그러다가 다시서기 센터와 인연이 시작되었군요.
A: 네. 그 당시에 EBS 한 방송을 보다가 노숙인 관련 사회복지 활동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고등학교때 길을 가는데 노숙인 한 분이 돈을 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게 노숙인에 대한 저의 첫 기억이죠. 그러다가 우연히 다시서기 종합지원센터 구직공고를 보고 지원해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4년에 입사를 해서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어요.
Q: 다시서기센터에서는 현장에서 하고 싶으셨던 사회복지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A: 그 당시 만났던 분들은 가난이라든지 IMF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그런 이유로 노숙하시게 된 분들이 많았는데 그런 분들의 사연과 상황들을 많이 알게 되었죠. 그리고 일을 시작하면서 그 분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것들에 대해 도움이 되는 것을 알려드리고 도와드리는 일을 하는 것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원하는 사회복지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Q.: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A: 처음에는 주간상담을 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할 때는 센터가 작은 컨테이너 두개를 붙여 놓은 정도의 크기였어요. 8 개월 정도 하면서 노숙인 선생님들 오시면 상담을 해드리고 임시주거를 연결해 드리거나 시설 입소를 도와 드리고 일자리 상담 등을 해드렸어요. 그 이후 일년 동안은 심야도 하고 이후에 현장으로 보내 달라고 해서 전일제, 반일제 일자리. 코레일사업단 세 분야를 맡아서 하고 다시 심야일을 하기도 했죠.
Q: 국장님이 원하시던 대로 주간과 심야에서 선생님들이 가장 필요로 하시는 일들을 하신 거네요. 심야에는 어떤 일들을 하는 지 궁금합니다.
A: 밤 10시에 출근해서 그 날 주무시는 분들을 파악하고 그 다음날 시설에 연계되실 분들이나 아프신 분들도 확인하고 혹은 119에서 연계되거나 경찰분들이 모시고 오는 분들도 상담해서 일시보호하고 다음 날 주간상담에 연계하는 게 큰 틀입니다.
Q.: 심야에도 해야 할 일들이 많군요.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엔 노숙하시는 분들의 안전을 위해서 더 중요한 일들인 것 같아요. 그렇게 하고싶은 사회복지사 일을 하시다가 성프란시스대 인문학과정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뭘까요?
A: 그렇게 일하다가 신부님께서 인문학을 맡아서 해볼 것을 제안하셔서 인문학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제가 인문학적 소양이 많이 부족해서 처음에는 두렵더라고요. 안 읽던 책을 읽으려고 요즘 엄청 노력중입니다. (웃음)
Q: 저도 자원활동가로 일하고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노력중인데 쉽지 않네요. (웃음) 인문학적 소양과 함께 국장님이 인문학을 맡아서 하시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어떤 것인가요?
A: 선생님들이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상처도 많으시고 어려움도 많으셨는데 어디서 환영해 주는 것보다는 불청객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문학 들으러 오시면 ‘나를 환영해주는구나.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구나. 내 사람이 생겼구나.’ 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해드리고 싶어요. 집에 돌아가셔서 혼자 계신 시간에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지내실 수 있게 인문학을 이끌어가고 싶어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질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선생님들에게 정서적인 안정. 만족감을 드리고 싶어요. 20기 가족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요.
Q: 네. 혼자 외롭게 지내오셨던 분들이 많기 때문에 정서적인 지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상처도 많고 살아온 상황들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들도 많을 것 같아요. 국장님으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제가 정서적 지원을 해드리고 저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20기안에서 선생님들 간에 생기는 갈등들도 많기 때문에 그것을 해결하는 일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저는 제삼자이기 때문에 직접 나서기 보다는 저에게 문제나 갈등들을 얘기하시면 조언을 해드리죠. 그래도 선생님들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고 변화하셔야 하는 부분들이 제일 중요하고 필요하죠. 그래도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변화들이 보여요. 상대방을 대하는 말투나 태도들이 바뀌는 게 보이니까요. 인문학과정의 시간을 통해 서로 성장해 나가는 거죠.
Q: 네. 이런 갈등을 해결해 나가면서 삶 속에서 누군가를 이해하고 보듬어 가는 방법도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A: 그리고 중간에 중도하차 하시는 분들에 대한 아쉬움이 제일 커요. ‘어떻게 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선생님들의 마음이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해요. 이미 그만두겠다고 마음먹으신 분들은 그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중단하시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한 데 그게 어려운 것 같아요. 1년동안 중도하차 하지 않으시도록 잘 이끌어 갈 수 있게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제일 어려운 점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아요.
인문학 시간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전화를 드리는데 잘 안 받으시더라고요. 특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이 아프시거나 하면 더 연락이 없으시고요. 나를 좀 더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면서도 어떤 때는 그런 관심을 귀찮아 하시기도 하고요. 사람 간의 관계를 쌓아간다는 것은 쉽지가 않네요 (웃음)
Q: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은 분들일수록 사람 사이의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 국장님은 선생님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고 싶으세요?
A: 다시서기 센터에서 상담을 할 때는 대상자 분들이 원하시는 주거나 일자리에 대한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제공해 드렸는데 인문학은 조금 다른 점이 있어요. 인문학은 1년 과정으로 가기 대문에 그 때 그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그 해결 방법들이 바로바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들이 많아요. 하지만 정서적으로 깊이가 있어요. 그 사이에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깊어지고요. 일반적으로 거리에서 만나는 노숙인 선생님들보다 확실히 애정이 훨씬 많이 생기죠. 나중에 제가 인문학을 떠나서 센터에서 다시 사회복지사로서 일을 하게 될 때 20기 선생님들이 상담하실 일이 있으면 제가 맡아서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 학무국장님들을 봐도 그 분들이 맡았던 기수 선생님들은 그 학무국장님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으시더라고요. 저도 20기 선생님들과 계속 만나면서 관계를 맺어가고 싶은 바램이 있죠.
Q: 1년 동안 쌓아가는 유대감이 깊을 것 같아요. 인문학 과정을 하시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겠어요?
A: 선생님들이 가끔 그런 카톡을 보내세요. ‘항상 잘 챙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오면 처갓집에 온 기분이 들어요.’ 라구요. 저도 항상 뭐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고 더 드릴 게 없나 찾게 돼요. 카톡으로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 제가 선생님들께 아주 못하고 있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배준이 국장님 생각해서 제가 졸업하도록 할께요.’ 라는 카톡도 보내주시고요. 선생님들이 부끄러워서 직접적으로는 얘기 못하시면서도 이렇게 카톡으로 보내주실 때 감사하고 보람을 느껴요.
Q: 제가 아웃리치 마감 회의할 때 뵌 배준이 선생님은 말 수도 적으시고 잘 웃지도 않으셨던 것 같은데 인문학에 와서 뵙는 국장님으로서의 배준이 선생님은 정말 다른 모습인 것 같아요. (웃음)
A: 아웃리치 마감할 때는 별로 다른 이야기할 것도 없고 빨리 끝내드리는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웃음) 제 성격이 잘 알지 못하는 분들께는 말 수가 별로 없지만 하나의 접점만 생기면 제가 먼저 다가가고 장난도 많이 치면서 편하게 지내려고 해요.
Q: 맞아요. 정말 달라요. (웃음) 이제 2학기도 어느새 한 달 여를 남겨두고 있는데요. 한 학기 넘게 인문학과정을 해오시면서 앞으로의 성프란시스대 인문학과정에 대한 바램이 있으실 것 같아요.
A: 인문학 과정에 입학하시는 선생님들을 뵈면 인문학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가지를 보고 성프란시스대 인문학과정에 오시는 것 같아요. 인문학을 졸업하신 선생님께서 전에는 아플 때 119를 불러서 응급실에 가면 보호자라고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지만 인문학 이후로는 전화할 수 있는 가족이 생긴 것 같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어요. 외롭게 살아오시다가 같은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정신적인 교감으로 맺어진 가족이 생겼다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같은 기수 안에서 서로서로에게 그런 관계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또는 어렸을 때 배움의 기회가 부족해서 배움에 대한 열망. 갈망이 있어서 그런 것을 채우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친구들이랑 놀러 온다는 기분으로 오시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 봄소풍. 여름수련회. 현장학습 이런 거 가잖아요. 그런 걸 즐거워하셔서 오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인문학 과정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오시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인문학의 프로그램들을 좀 더 다양하게 구성해야 하는 필요성도 있는 것 같아요. 배움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교육을 강화하고. 친구와 가족을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친목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또 문화 예술 활동을 못하셨던 분들에게는 그런 부분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어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 인문학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Q: 인문학 과정은 다양한 영향력을 주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어왔고 당연히 제공받아야 하지만 받지 못했던 정보나 기회들을 성프란시스대 인문학 과정을 통해 받으실 수 있다면 좋겠네요.
A: 앞으로 있을 성프란시스대 행사 때에 지금까지 졸업하신 동문들을 초대해서 식사대접도 해드리고 20년 동안 지내온 성프란시스대 인문학 과정의 역사나 저희가 진행해 온 프로그램들도 보여드리고 또 인문학 졸업 후 선생님들의 성공사례를 들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Q: 좋은 생각이네요. 국장님이 말씀하시는 성공이라는 것이 흔히 말하는 사회의 성공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삶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간 삶을 이루어 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같이 나눔으로써 같은 상황을 지금 겪고 계신 선생님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좋은 롤 모델이 될 것 같아요. 인문학을 위해 일하시는 교수님이나 스탭들에게도요.
Q: 마지막 질문인데요. 선생님은 인문학 국장님이기도 하시고. 사회복지사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아빠면서 한 가족의 가장이시기도 하잖아요. 이런 다양한 역할들을 하면서 선생님이 이것만은 지키면서 살고 싶다 하는 게 있을까요?
A: 저는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오늘 이 순간에 충실하자’ 라는 생각으로 살아요. 제가 살아가는 이 순간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가려고 해요. 인문학에서 선생님들하고 나누는 시간들도 제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하고. 지금 필요한 것들은 지금 이 순간에 눈에 담아두고 마음을 쏟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현실 80 미래 20 정도의 비중을 두고 현실에 충실하면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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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멋지네요. 오늘을 충실하게 살면 과거를 이해하고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저도 현재의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네요.
20기를 맡으신 지금. 이 인문학의 시간을 충실하게 지켜가고 계신 국장님을 봅니다. 이 일년의 시간이 국장님과 20기 선생님들의 삶에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으로 남길 바랍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으시고 본인보다는 선생님들 위주의 웹진이 되어야 한다고 극구 사양하시며 20기 선생님들을 추천해 주시던 국장님, 인터뷰하는 내내 업무에 관한 전화가 끊이질 않아 인터뷰와 일을 동시에 보시는 바쁜 국장님, 20기 선생님들 일에 일일이 마음 쓰시며 고민하시는 국장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2024년 20기 인문학 과정을 선생님들 모두 잘 마치실 수 있기를 바라며 20기 선생님들과 국장님을 응원합니다.
20기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