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제25호
[성프란시스대학 2024년 2학기 심화 강좌 특집] 이념의 감각적 현현(顯顯)으로서의 아름다움
성프란시스
2024. 11. 9. 17:56
이념의 감각적 현현으로서 아름다움 김동훈 / 성프란시스대학 예술사 교수
김동훈 교수님께서 심화 강좌 제 5강을 "이념의 감각적 현현으로서의 아름다움"이란 주제로 강의해 주셨습니다.
강의 모두에 언뜻 헤겔이란 이름이 나오고, '이념'이나 '현현'이란 단어가 나오자 심상치 않은 긴장감이 강의실에 슬금 슬금 스며 들었습니다. 독일 철학이 난해하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고, 그중 헤겔 철학은 정신이 어떻고 저떻고하는, 일반 독자들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로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 바짝 긴장해서 졸지 말고 귀를 쫑긋 세우고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고 다시금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김동훈 교수님은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란 노래를 육성으로 들러주시면서 심화 강좌를 풀어 가셨습니다.
교수님은 김민기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에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잘 생긴 사람? 예쁜 사람?”이란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일본 지하철에서 사람을 구하고 자신의 몸을 던진 이수현 의인의 행동은 아름답다 합니다. 아름다움은 무엇일까요? 아름다움이란 말은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는 것 같다고 하시면서 김동훈 교수님은 아름다움의 의미를 탐색하기 위하여 고대 그리스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서양 사람들은 금성을 비너스라 부릅니다. 비너스는 초저녁에 뜨고, 새벽에도 떠서 서로 다른 별로 오래 인식되었으나 천문학이 발달하면서 동일한 별임이 알려졌습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이어서 가장 반짝거립니다. 서양 사람들이 이런 금성에 아름다움의 여신 비너스의 이름을 부여한 것은 아름다움의 대표 속성을 반짝임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또 교수님은 보티첼리의 작품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시면서 생명의 탄생의 동인은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하십니다.
서양 사람들이 말하는 사랑의 종류에는 아가페, 필리아, 에로스가 있는데, 아가페는 인간과 신 사이의 사랑인데, 기독교 신약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이 바로 아가페이며, 필리아는 친구 사이의 사랑이며, 에로스는 이성 간의 충동적이고 쾌락적인 사랑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예술사에서 아름다움은 평화, 평온, 이성에 기반하는 아름다움과 격정, 파괴, 퇴폐, 성적 문란에 기반하는 아름다움으로 나누어지며, 예술에서 아름다움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 예술관이 달라졌다고 설명해 주십니다. 전자의 아름다움을 대변하는 이가 피타고라스의 예술관이라면, 후자의 예술관이 디오니소스의 예술관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십니다.
이번에는 황금비례와 관련한 아름다움을 설명해 주십니다. 고대 그리스 이래 서양인들은 아름다움에서 수학적 성질을 찾습니다.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서 현들의 수학적 비례로서 음악의 조화로움을 발견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그것이 이상적 아름다움을 가리킨다고 하십니다. 서양에서 아름다움의 수학적 성질의 대표적 사례가 황금 분할의 비례입니다.
황금비는 5:3의 비례를 가지며, 우리가 알고 있는 황금비는 1.61803398…의 무리수인데 통칭 1.618이라 이야기합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물에도 황금비가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파르테논 신전의 가로 세로비가 5:3이며, 인체에도 황금비가 적용되어 예를 들면 비너스 조각상에서 황금비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오묘한 황금비는 해바라기 씨았 배열이나, 앵무 조개 형상, 심지어 태풍이나 은하 형상에서도 나타납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의 수학을 통한 이런 아름다움의 인식은 르네상스 예술에 그대로 복원되어 수학적 비례를 통한 조화 및 이상 추구가 나타나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친의 ‘최후 만찬’이나,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이 그 대표적일 예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동훈 교수님은 현재 독일 예술사가 J. J. 빈켈만(1717-1768)의 저서 “고대 예술사”를 번역하고 계시는데, 아마 내년에 출판될 예정이라 하십니다. 이 책이 출판되면 우리 선생님들께서 많이 사셔서 구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동훈 교수님은 고대 그리스 예술의 핵심 특징을 빈켈만의 언어를 빌려 다음과 같이 정의하십니다:
우리 구독자님들 이 참에 독일어를 공부해 보시죠. "에들레 아인팔트 운트 슈틸레 그뢰세"라는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고상한 소박함, 고요한 위대함"이라 합니다.
이어서 근대 독일 헤겔의 예술 철학을 언급하십니다. 헤겔 미학 또한 여타 근대 학자들처럼 데카르트의 방법론적 이해에 기반한 자아 인식에 뿌리를 둔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즉 사물 인식에서 ‘명석하고 판명한 지식 체계’를 요구하고, ‘인식 판단의 주체를 개인, 자아’에 둔다는 것입니다.
독일 관념 철학의 발전 가운데 헤겔은 정신을 가장 극단적으로 강조하며, 인류 역사 발전을 정신의 발전 과정으로 보고 정신은 자신에게서 시작하여, 세계를 구현하고는 다시 정신 세계로 귀환하는데 이런 정신의 최고 단계인 ‘세계정신’, ‘절대 정신’을 이념(Idee)라고 한다고 김동훈 교수님은 이야기하십니다.
이런 최고 정신으로서의 이념이 인간의 다양하고 심층적인 감각으로 표현되는 것을 헤겔은 아름다움이라 합니다. 이렇게 헤겔이 정의한 ‘이념의 감각적 현현(顯顯)으로서의 아름다움’을 설명하시면서 이번 심화 강좌를 매듭하셨습니다. 아마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이나 '이수현 의인 행위'도 바로 헤겔의 ‘이념의 감각적 현현으로서 아름다움'에 해당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독일어 공부하면서 이번 김동훈 교수님의 강의 정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스 쉐네 - 다스 진리혜 샤이넨 데어 이데"가 헤겔이 이야기한 것이고, 이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름다움 - 이념의 감각적 현현"이 됩니다. 우리 구독자 선생님들께서 이 구절 암기 하셔서 지인들에게 술자리든 진지한 자리든, 일상의 자리이든 이 구절을 이야기해 주시면 우리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과정의 품격을 널리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금 반복하자면, "다스 쉐네 - 다스 진리혜 샤이넨 데어 이데" "아름다움 - 이념의 감각적 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