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광장] 코로나와 함께한 성프란시스대학
박한용 (성프란시스대학 교수, 역사 담당)
성프란시스학교는 17년 가운데 최근 2년은 매우 특이한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재작년부터 전 세계가 이른바 코비드(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상황에 빠지면서 성프란시스대학도 예외 없이 이 팬데믹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거리두기와 실내 집단 모임 금지 등으로 성프란시스대학은 16기 2학기부터 비대면 강의를 해야만 했다. 재작년 한국사의 경우 1학기에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상황에서 수업을 진행했지만, 2학기를 맡은 교수진들은 새로운 상황에서 줌 강의라는 다소 선진적인(?) 수업 방식을 도입해야만 했다.
그리고 가장 뜻깊은 졸업식(공식 명칭은 수료식이지만)조차 예전처럼 활발하거나 왁자지껄하지도 못했다. 교수진과 16기 선생님들 그리고 자원활동가들의 뒷풀이마저 치르지 못해 못내 아쉬웠다. 통상의 학교 졸업식은 졸업과 함께 떠나기 바쁘지만, 우리 성프란시스대학이야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졸업이 주는 아쉬움은 더욱 크다. 그러기에 그 소중한 순간들과 관계를 되새겨보는 뒷풀이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절차 아니었던가.
2021년 17기 선생님들을 새로 받으면서 이번에는 코로나가 좀 풀이 꺾이겠지 기대했지만 아니올시다였다. 아예 1학기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시작해야 했다. 성프란시스대학의 인문학 강좌는 교수진과 선생님들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여기서 식구-한솥밥을 먹는 사람들-로서 관계를 시작한다. 그리고 대면수업과 각종 여가활동-수련회, 현장답사, 문화행사 등-을 통해 서로 애정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얽혀 성프란시스 학사일정은 진행되는 것이다. 이런 날줄과 씨줄들이 얽히면서 비로소 학교는 유지되고 선생님들과 교수진들은 함께 성장한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수업은 1학기부터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저녁밥을 함께 먹는 기회도 사라졌다. 강의는 오로지 줌 강의로 진행되니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조그만 화면으로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고 일방적인 PPT 강의로 진행하자니, 아무래도 교감이 떨어진 듯 했다. 특히 한국사 수업의 백미는 궁궐 답사, 박물관 탐방, 사찰 답사 등 일련의 현장수업인데, 이 가운데 사찰(봉국사) 답사만 간신히 진행할 수 있었다. 소풍이 없는 학사일정이랄까. 김 빠진 사이다라고나 할까.
돌아보면 선생님들과 함께한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졸업식이라니! 뭔가 얼얼하고 아쉽기 짝이 없다. 졸업여행조차 미루어졌으니 '유종의 미'를 무엇으로 담아낼지 먹먹하기도 하다. 선생님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일화가 있는 법인데, 제대로 만남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마치 정박한 적 없이 강 가운데 흘러가는 배를 강 둔덕에서 바라보는 것 같이 보낸 지난 한 해였다. 코로나 팬데믹은 건강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관계마저 단절시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비관할 일도 아니다. 재작년과 올해 2년간에 걸쳐 그 악조건 속에서도 16기 선생님들이 졸업을 하셨고 또 17기 선생님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관계의 실은 끊어지지 않고 17년간 이어짐에 감사드린다.
지난 2년은 '코로나 피해가기'였다면 올해 2022년은 '코로나와 함께하기(With Corona)'라고 한다. 불교 용어로 치면 '원증회고(怨憎會苦)' 즉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을 다시 만나게 되는 고통'이라고나 할까. 어차피 피해갈 수 없다면 담담하게 맞아들이는 것이 고를 통해 낙을 구하고, 나아가 고와 낙 모두를 여의는 평정으로 돌아가는 과제를 코로나가 부여한 셈이다.
그러나 2022년에는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과 함께하기', 곧 'With 성프란시스대학'이 되어야 하겠다. 추억 만들기가 적고 졸업여행조차 뒤로 미뤘던 2021년, 졸업을 하신 선생님들의 아쉬움을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더 뼈저리게 사무친다.
때마침 올해는 임인년(壬寅年), 북방의 흑호장군이 내려와 코로나를 퇴치해 줄 것이니, 우리 학교에도 벽사퇴치(辟邪退治)의 염원이 성취되기를 삼가 기원한다.